서울중앙지검. /조선일보DB |
주한 미군이 발주한 시설 관리 등의 용역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한 업체 관계자 및 법인이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김용식)는 주한 미군 시설 관리 및 물품 조달 하도급 용역 입찰 담합 사건을 미 법무부 반독점국과 공조 수사해 하도급 업체 11곳의 업체 대표 등 9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속했다고 9일 밝혔다. 또 이 과정에서 국내 법인 1곳과 입찰을 시행한 미 법인 및 이 법인의 한국사무소 책임자 등 직원 3명을 같은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겼다. 총 기소 대상은 개인이 12명, 법인이 2곳이다.
검찰에 따르면 11개 하도급 용역 업체와 소속 임직원 9명은 2019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255억원(약 1750만달러)에 이르는 용역에서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를 서주는 등의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입찰시행사 미 법인의 직원 3명은 특정 업체 낙찰을 위한 입찰 절차를 진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캠프 험프리스(평택), 캐럴(왜관), 오산 공군기지 등 전국 각지의 미군 기지에서 담합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지난 2019년 1월에서 2021년 3월 사이 미 육군공병대(USACE)에서 발주해 입찰 절차를 진행한 주한미군 병원 시설 관리 하도급 용역에 대한 입찰에서 B업체를 낙찰예정자로 합의한 후 A업체, K업체는 B업체를 위해 들러리 견적서를 투찰하는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9년 1월에서 2023년 11월 사이 미 국방조달본부(DLA)에서 발주한 주한미군 물품 조달 하도급 용역 입찰에서는 낙찰 예정자 및 투찰가격을 합의한 후 투찰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담합 예시. /서울중앙지검 |
특히 검찰은 수사를 통해 DLA가 발주한 물품 조달계약의 입찰 시행사였던 L사도 담합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다.
L사는 발주처인 미군 부대와의 주계약에 따른 공정한 입찰절차 시행 및 담합 방지 의무를 위반해 A업체 낙찰을 위해 A업체와 들러리 업체들로만 한정해 현장실사를 진행하거나, A업체 이익이 늘도록 견적 금액까지 조정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한국 검찰과 미 법무부가 2020년 11월 체결한 반독점 형사집행 양해각서(MOU)에 기반해 미 법무부 자료 이첩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하고, 한·미 양국에서 병행 수사가 진행된 최초의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미 수사팀은 병행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메일, 화상회의(4회) 등을 통해 수사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증거는 국제형사사법공조(MLAT)를 통해 공유했다. 최종 처분 전에는 미 법무부의 반독점국 워싱턴사무소에서 기소 범위 및 내용 등도 협의했다 .
검찰은 “이 사건은 범행 구조상 한국과 미국 양국에 증거가 산재돼 있어, 양국 수사기관의 공조 수사 없이는 명확한 실체 규명이 어려운 사건이었다”며 “수사상 한계를 극복하고 실체 관계를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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