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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13] 휴 그랜트처럼… 셔츠가 그려내는 남자의 멋

조선일보 김교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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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13] 휴 그랜트처럼… 셔츠가 그려내는 남자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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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타이셔츠
5월은 어린이날, 가정의 달이기도 하지만 ‘셔츠의 계절’이기도 하다. 셔츠는 일교차가 큰 간절기, 사무실에서나 주말 아침 교외 나들이에서나 어른다운 격식을 갖추면서 다채로운 매력을 담아낼 수 있는 도화지다. 세련되고 지적인 면모, 열정과 낭만, 부드러운 다정함, 탄탄한 육체미와 강한 자신감, 때로는 수줍은 소년의 모습 등등 셔츠 한 장으로 남자의 다양한 멋을 연출할 수 있다.

영화 '노팅힐'. 기자회견장에서 공개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윌리엄 태커.

영화 '노팅힐'. 기자회견장에서 공개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윌리엄 태커.


이런 셔츠가 가진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인물은 단연 영국 배우 휴 그랜트다. 최근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팬임을 밝히며 다시 한번 우리에게 이름을 알렸지만, 90년대 휴 그랜트는 존재 자체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였다.

그의 영화 속 셔츠 패션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외출 시 무조건 셔츠를 입는다.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한 전설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노팅힐’(1999년)을 보면 집에선 티셔츠를, 대문 밖으로 나설 땐 항상 셔츠를 입는다. 간절기에는 면바지 위에 셔츠만 입고, 겨울에는 그 위에 코르덴 재킷을 걸치는 식이다.

둘째, 단정한 기본 색상 위주로 입는다. 휴 그랜트의 셔츠 패션은 대체로 노타이. 대신 흰색, 분홍색, 소라색, 굵은 스트라이프 등 가장 기본적인 셔츠를 군더더기 없이 풍성한 실루엣을 살려서 일상적이면서도 우아하게 연출한다.

셋째, 제일 중요하다. 소매를 항상 팔꿈치까지 둥둥 아무렇게나 걷어 올린다. 격식 있는 옷을 가장 캐주얼한 방식으로 소화하면서 남자의 멋이 가진 스펙트럼 전반을 아우른다. 간절기는 물론이고,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에서는 반바지 위에 셔츠를 걸쳤는데, 역시나 긴 소매를 팔꿈치까지 둘둘 말아 올린 차림이었다.


영화 '노팅힐'. 우연히 만난 톱스타와 사랑에 빠진 월리엄 태커가 첫 번째 데이트를 하는 장면.

영화 '노팅힐'. 우연히 만난 톱스타와 사랑에 빠진 월리엄 태커가 첫 번째 데이트를 하는 장면.


마지막은 턱인, 즉 바지 안에 셔츠를 넣어 입기다. 요즘은 셔킷(shirket)이라고 셔츠와 재킷의 합성어가 나올 만큼, 셔츠를 아우터처럼 많이 활용하는 추세다. 강점이 많은 코디이긴 하지만 셔츠를 넣어 입는 단정함은 은은한 향수처럼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하고, 몸을 뒤덮는 오버사이즈 옷보다 몸매 관리에 보다 신경 쓰는 계기가 된다.

만약 직업상 혹은 개인적인 신념상 한여름에도 정장을 고수해야 하는 상황과 입장이라면, 요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권영세 의원의 셔츠를 유심히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캐주얼의 영역에 있는 휴 그랜트와 달리 클래식 패션, 그중에서도 재킷과 바지를 조합하는 콤비 스타일을 훌륭하게 소화하는 만큼, 깃의 모양부터 넥타이 매듭까지 매번 다채로운 스타일로 옷 입기를 즐기면서도 격식을 놓치지 않으니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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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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