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정지’ 법 개정안 처리하면서
무죄, 면소 등 선고하는 재판은 제외
李 당선 시 재판 진행하면 “무죄 공표하는 것”
대통령 당선 아니라 후보만 등록해도 재판 정지되도록 내용 바꿔
법조계 “그런 재판은 없다” 국민의힘 “민주당이 법 희화화”
무죄, 면소 등 선고하는 재판은 제외
李 당선 시 재판 진행하면 “무죄 공표하는 것”
대통령 당선 아니라 후보만 등록해도 재판 정지되도록 내용 바꿔
법조계 “그런 재판은 없다” 국민의힘 “민주당이 법 희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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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대통령 당선시 재판 정지법' 상정에 항의하며 퇴장했다./뉴스1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정지’ 조항을 넣은 형사소송법 306조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무죄를 선고할 예정이라면 재판을 계속해도 된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이번에 형소법 개정에 나선 건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 후보가 받고 있는 재판 5개를 모두 멈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재판부가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할 예정이라면 재판을 계속해도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처음에 준비한 형소법 개정안 원안(原案)은, 이 법 306조 6항에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난 7일 법사위 처리 막판, 민주당은 여기에 “다만, 피고 사건에 대하여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에는 그러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추가한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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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원안. 대통령 당선 때 재판이 정지된다는 내용을 넣었다. |
형소법 개정안이 수정된 상태로 국회를 통과하면,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재판은 일단 정지된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 후보에게 무죄나 면소, 형의 면제나 공소기각 선고를 내릴 예정이라면 재판을 계속할 수 있다.
이 후보가 당선된 뒤 재판부가 재판을 열게 되면 ‘앞으로 무죄 등의 선고를 내릴 것’을 공표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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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지난 7일 국회 법사위에서 수정 가결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원안에 없던, 대통령 후보자로 등록만 해도 재판이 정지된다는 내용, 무죄 등을 선고할 재판은 계속 해도 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
국민의힘에서는 “이 후보 한 사람을 위한 법 개정이라고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그런 재판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무죄나 면소 판결이 뻔히 예상되는 재판이 어떻게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또 수정안에서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뿐만 아니라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로 등록한 경우, 개표 종료시까지’의 기간에도 재판이 정지되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선거 운동 기간에 재판에 불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선 후보자로만 등록해도 재판이 정지되도록 한 것이다.
법 조항대로라면, 대통령 후보자로 등록한 모든 피고인의 재판이 개표 종료 시까지 정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돈 많은 피고인은 재판받기 싫으면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고 개표 때까지 몇 주 쉴 수 있다”며 “민주당이 법을 희화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번 형소법 개정은 헌법 제84조의 불소추특권의 공백을 메우고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단서에 무죄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면소, 형의 면제, 공소기각 등도 있다”며 “무죄 등의 규정은 306조 제4항을 원용한 것이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원래 있던 규정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재직 중 내란·외환의 죄를 범하는 경우가 아니면 소추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추’의 범위를 두고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재판은 계속되나’에 대한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논란을 종결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말하는 형소법 306조 4항은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으로 명백한 때에는 제1항, 제2항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피고인의 출정 없이 재판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에 나오는 ‘제1항’은 피고인이 사물의 변별 또는 의사의 결정을 할 능력이 없는 상태일 때 재판부가 재판을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이고, ‘제2항’은 피고인이 질병으로 인하여 법원에 나올 수 없을 때 재판부가 재판을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즉, 4항은 1항과 2항의 경우처럼 재판 정지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피고인의 이익이 명백한 재판 결과가 예상될 경우엔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도 된다는 조항이다. 민주당은 비슷한 취지로 이런 내용을 신설하는 제6항에도 넣었으니 새로울 게 없고 문제가 될 것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의사 결정 능력이 없거나 많이 아픈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규정이 왜 이재명 후보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나”라며 “법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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