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개최한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한상의 제공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제 성장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가도 기업가형으로 변모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일까지 ‘사법 리스크’ 에서 벗어난 이 후보가 경제회복·친기업 행보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과거처럼 경제 문제와 산업 문제를 정부가 제시하고 끌고 가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는 경제계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강연이 아닌 간담회 형식으로 마련됐으며, 촉박한 선거 일정으로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장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경기업연합회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을 비롯해 삼성·현대자동차·롯데 측 임원 등 300여명의 기업인이 자리했다.
이 후보는 모두발언에서 “민간 영역의 전문성을 믿고 정부가 충분히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가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산업 영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하고 ‘기회의 공정’과 ‘결과의 공정’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의 좋은 의견을 많이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제언 시간에 경제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 필요성을 강조하며 격화하는 미·중 갈등 및 미국발 관세폭탄 대응을 요청했다.
최태원 회장은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 후보에게 “지금까지 하던 방식으로는 성장을 계속 일으킬 수 없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려면 일본과의 경제연대를 모색하는 게 필요하다. 단순한 협조 정도가 아니라 EU와 같은 경제공동체를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먹사니즘’ ‘잘사니즘’을 추진하려면 내수 기반이 필요하다. 고급두뇌 등 500만명 정도의 해외 (인구)를 유입하면 내수 부양이 되면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만큼 소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진 회장은 “대부분의 주력산업이 중국의 추월로 위기에 빠졌고 석유화학과 철강은 존폐 갈림길에 서 있다”면서 “항공우주·로봇·바이오·미래형선박·방위산업·스마트팜 등 적극적인 신산업 육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일처럼 정부가 직접 인프라를 지원하고 세제개선으로 투자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석유화학 같은 위기산업의 구조개혁 지원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진식 회장은 통상 전략을 강조했다. 윤 회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대응으로 수출기업 4곳 중 3곳이 계약이 취소되는 등 직접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민관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대미 아웃리치를 통해 우리 산업의 입장이 적극 개진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과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 대한상의 제공 |
최진식 회장 역시 트럼프발 관세폭탄으로 위기에 처한 기업의 고민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4월7일 미국 롱비치항으로 선적한 700만불 자동차 부품에 관세 25%를 내지 않으면 통관이 되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은 기업이 있다”면서 “25% 관세면 150만불로, 700만불 수출해서 150만불 버는 사업체가 제조업 중에 있겠는가. (트럼프 관세정책으로 인한 위기가) 현실로 닥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정년 연장’ 공약과 ‘주 4.5일제’ 공약의 속도조절 요청도 나왔다.
손경식 회장은 “일률적인 정년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는 물론 청년 고용 악화에 따른 세대 갈등까지 심화시킬 것”이라면서 “퇴직 후 재고용 등 유연한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건의드린다”면서 “근로시간 유연화와 주4.5일제의 경우 법정 근로시간만 일률적으로 줄이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 우려도 있다. 노사 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고민해주길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후 답변 시간에서 이 후보는 미국의 관세 정책 대응과 관련해 “연합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해 공통의 전략을 수립해서 실행해야 한다”면서 “일본과 같은 국가들과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성장동력과 관련해서는 재생에너지를 특별히 강조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 모두 예측하듯 AI 중심 첨단산업으로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제가 특별히 관심 갖는 영역은 이런 첨단산업 외에 재생 에너지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3년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재생에너지 산업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위축된 것”이라면서 “복원하는 데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겠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규제개혁 필요성에 공감하며 “행정을 십몇년 해보니 공급자 입장에서 뭔가를 제공하는데, 수요자·현장 중심으로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그것만 해도 현장 어려움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필요한 규제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정년연장과 주4.5일제 공약에 대해서는 “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정하면 안되고 충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면서 “제가 긴급명령을 할까봐 걱정한 것인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어느날 갑자기 계엄 선포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사회적 대화를 하고 합의되는 단계에 따라서 하자”고 말했다.
경제5단체는 이날 회원기업의 의견을 모아 작성한 ‘제21대 대선 미래 성장을 위한 국민과 기업의 제안’ 제언집을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 제언집에는 성장을 추진할 동력(AI 육성, 규제혁신, 에너지정책, 탄소중립, 기업가정신), 새로운 산업의 이식(신사업, 서비스산업, 스케일업), 경제 영토 확장(통상·해외시장, 수출지원), 기본 토양 조성 및 활력 제고(자본·금융, 인력, 노동·안전, 산업재생) 등 4대 분야 14개 아젠다가 담겼다.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제언집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대한상의 제공 |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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