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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적금 밖에 몰랐는데”…‘서울 영테크’로 투자의 눈 떴다

헤럴드경제 손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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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적금 밖에 몰랐는데”…‘서울 영테크’로 투자의 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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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관념 바뀐 청년 자산 40% 증가
“재무상담 만족” 5점 만점에 4.86점
올해 대상 2배로, 교육과정 세분화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서울광역청년센터에서 열린 ‘서울 영테크’ 사업 성과간담회에서 영테크 참여 청년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서울광역청년센터에서 열린 ‘서울 영테크’ 사업 성과간담회에서 영테크 참여 청년들에게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



서울에 사는 노승윤(34) 씨는 2023년 주변 지인의 소개로 ‘서울 영테크’를 알게 됐다. 그전에는 은행 예·적금만 가입했을 뿐 주식, 펀드 등 다른 투자 활동은 해본 적이 없던 노씨였다. 하지만 재무상담과 영테크 클래스에 참여하며 자신의 경제 지식이 너무 부족했음을 알게 됐다. 마침 결혼을 앞두고 있어 인생 2막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던 차에 서울 영테크는 노씨의 경제 관점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노씨는 “그전에는 돈을 모으기만 했지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며 “영테크에 참여한 뒤 적립식 펀드를 시작했고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에도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허투루 쓰지 않고 잘 모으기만 하면 노후가 보장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영테크를 알고 나의 노후 계획이 크게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청년의 체계적인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추진 중인 서울 영테크 사업이 높은 만족도와 효과를 입증하며 서울시의 대표적인 청년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참여한 청년의 자산 가치가 크게 증가했고 영테크에 참여하려는 청년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영테크는 서울시가 자산 형성이 어려운 청년에게 체계적인 맞춤형 재무상담과 금융교육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지원하고자 지난 2021년 11월 시작한 프로젝트다.

사업은 크게 재무상담, 금융교육, 커뮤니티 활동 등으로 나누어진다. 재무상담은 만 19~39세 서울시 거주 청년이 신청 가능하며, 금융교육은 서울시에 생활권을 가진 청년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재무상담은 본인의 현재 자산이 어느 정도이고 어떤 저축과 소비 습관을 지녔으며 앞으로 계획 등에 맞춰 적절한 자산 계획을 세워주는 전문가 상담이다. 최대 3회까지 할 수 있는데 주식이나 펀드상품을 추천해 주는 것은 아니다.


금융교육(영테크 클래스)은 청년들의 실전형 금융역량을 높이기 위한 오프라인 교육이다. 매월 2회 영테크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는데 선착순으로 70%, 무작위로 30% 수강생을 선정한다.

노씨는 “재무상담을 하면서 펀드, 연금, 보험 등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며 “영테크로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경제관념에 대해 비로소 눈을 뜨게 됐다”고 말했다.

노씨처럼 서울 영테크에 참여한 청년들의 만족도는 높았을까.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024 서울 영테크 성과 공유회’를 통해 영테크에 2년 이상 참여한 이들의 소득과 지출 변화를 발표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총 1106명을 대상으로 현금흐름, 자산부채 상태 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본 결과 참여 청년들의 저축·투자는 24%가 증가했다. 지출도 9.6% 증가했지만 소득과 저축·투자가 더 큰 폭으로 늘면서 총자산은 평균 1억170만원에서 1억4140만원으로 39.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도약계좌, 내일채움공제 등 기금저축 가입률과 납입액도 늘었다. 특히 월 납입액이 5만6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약 4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연금 가입률과 납입액은 기금저축보다 더 크게 늘었다. 납입액은 3만9000원에서 7만3000원으로 무려 88.4%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금융투자자산(704만→981만원)과 개인연금자산(149만→337만원)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서울 영테크 재무 상담에 참여한 청년이 보다 적극적으로 자산을 관리해 성장을 모색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오프라인 금융교육 영테크 클래스 모습  [서울시 제공]

오프라인 금융교육 영테크 클래스 모습 [서울시 제공]



또 영테크 참여자들은 이런 정량적 수치 이상의 삶의 변화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상담을 통해 자신의 투자 성향을 파악하게 됐고, 자산 증식 목표를 향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됐다고 답했다.

영테크 클래스 6개 강의를 수강한 송모(29) 씨는 “영테크 클래스에 참여하며 경제 상식을 쌓고 경제 지표를 읽는 능력도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영테크 참가자들의 만족도 조사 결과 재무 상담에 대한 만족도는 4.86점(이하 5점 만점), 금융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4.73점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런 효과에 힘입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서울 영테크 2.0’을 올해부터 가동한다. 참가자는 기존 1만명에서 2만명으로 늘리고 프로그램은 보다 세분화·다양화하기로 했다.

서울 영테크 2.0의 핵심은 ▷민·관 협력기관 연계 경제·금융교육 강화 ▷인기강좌 실시간 온라인 교육 도입 ▷대상별 청년그룹 세분화, 투자·부동산 등 청년의 관심이 높은 강좌 중심 개편 ▷15개 청년센터에서 지역청년 수요맞춤형 강의 제공 ▷재무상담·금융교육 종료 후 추가 그룹상담 실시 ▷사회배려청년을 위한 ‘찾아가는 특화상담’ ▷청년의 자산관리 생활화를 위한 영테크 플랫폼 재구축 총 7가지다.

우선 서울 영테크 사업에 민간·공공기관 7곳의 특화교육과 상담을 연계해 교육효과를 높이고 금융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한다.

오프라인 교육의 한계를 넘어 온라인 강의도 도입한다. 강의 프로그램은 오프라인 강의 중 청년 자산형성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호응이 좋은 9개 과목을 우선 선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기 강의의 경우 6대1의 신청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참여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며 “온라인 강의는 최대 300명까지 한꺼번에 수강할 수 있어 보다 많은 청년이 교육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육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교육 대상도 세분화한다. ▷사회 진출 전 예비청년과 대학생 ▷사회초년생 ▷사회정착기로 청년들을 그룹화해 난이도(레벨 1~3)별로 맞춤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과정도 투자, 부동산 등 청년들의 관심이 높고 실생활 수요를 반영한 실용적 강좌를 중심으로 꾸릴 예정이다.

지역별 상황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도 진행된다. 예를 들면 대학이 많은 서울 동대문구 소재 서울청년센터에서는 청년들에게 부동산 추세, 주택청약, 부동산 정책뿐만 아니라 월세계약 시 주의사항, 전입신고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또 1대1 맞춤형 재무상담이나 교육 종료 후 추가적인 조언, 심도 있는 주제별 멘토링이 필요한 청년들에겐 10인 이하 소규모 컨설팅·멘토링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상담과 교육 후에도 영테크 플랫폼을 활용해 자산관리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서울 영테크 플랫폼’ 기능을 개선한다. 연차별로 재무 상담 결과를 플랫폼에서 직접 확인하고 소득·지출 등 현금흐름과 자산부채, 재무비율 등 자산형성 변동 상황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관은 “영테크로 청년들이 경제·금융생활에서 기초부터 착실히 자산형성 습관을 들이고 투자 역량을 함양해 인생의 열매를 맛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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