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력을 해도 감독이 쓰지 않으면 그 노력은 그라운드에서 빛을 발할 수 없다. 아무리 철통같은 멘탈을 가진 선수라고 해도 무관심 속에 결국 지쳐가기 마련이다.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다. 오랜 기간 선수단 관리를 해본 김 감독은 이 생리를 잘 안다. 그리고 이를 달래줄 타이밍도 잘 안다. 김 감독은 “내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뭔가 노력 속에 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발 출전에 있어, 그 외의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4일 광주 KIA전의 우익수는 김태연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번에도 이유는 비슷했다.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은 개막 이후 계속 경기에 나가고 있었고, 한 번은 조금 편하게 휴식을 취할 타이밍이 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지금 김태연도 (경기에) 너무 안 나갔다. 연습만 하고 너무 안 나가면 그렇지 않나”고 이야기했다. 역시 어떠한 기록이나 다른 특별한 이유보다는, 선수의 분위기를 바꿔주고 기를 살리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었다.
그런데 4일 경기에서는 김 감독의 또 다른 얼굴도 드러났다. 이날 선발 3번 좌익수로 출전한 문현빈이 4회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이후 황당한 포수 견제사에 걸리자 곧바로 교체해 버렸다. 사실 최고 외국인 투수(제임스 네일, 코디 폰세)가 맞붙어 점수가 많이 나지 않을 경기 양상에서 있어서는 안 될 본헤드 플레이였다. 사소한 것을 놓치고, 방심하는 순간 팀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가 잘 드러났다.
김 감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선수단 관리의 노하우가 풍부하다. 엄한 이미지가 있지만, 그 안에 선수를 배려하는 마음도 깊다. 한동안 야인 생활을 하다 한화 사령탑에 부임한 이후로는 조금 더 그런 이미지가 강해졌다. 바깥에서 보면서 자신이 느낀 것도 있다고 했고,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많은 선수단 특성에 무조건 예전의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았다. 요즘은 선수들에게 항상 “수고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채찍을 들어야 할 때는 과감하게 든다. 언제 칭찬을 해야 할지, 언제 질책을 해야 할지 잘 알고 또 어떤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지도 잘 안다. 김 감독의 부임이 1년에 가까워지면서, 한화 선수단도 그 방식에 점차 적응하고 있다.
최근 23경기에서 20승의 미친 성적을 거둔 한화는 7일 대전 삼성전에서 10-6으로 이기고 기어이 단독 1위 자리에 올랐다. 한화는 오랜 기간 하위권의 팀이었다. 모처럼 정상에서 맡는 공기에 조금은 기분을 내볼 법도 했다. 그러나 경기 후 김 감독의 코멘트는 여전히 간결했고, 또 어쩌면 냉정함도 묻어 있었을지 모른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다면서도, 지금 성적은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잊어야 한다”고 독촉한다.
2005년 이후 20년 만에 9연승을 했을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한화가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마운드는 잘 버텼지만 타선이 아직은 불완전 연소의 기미가 있다. 올라와야 할 베테랑 타자들의 타격감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불펜도 한승혁 김서현이라는 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 않다. 이들의 뒤를 받칠 새로운 자원을 발굴하고 정착시키는 것도 시즌 전체를 내다본 장기적 과제다. 11개의 여유 승수를 쌓은 한화는, 8일 하루를 쉬며 이를 잊은 뒤 9일부터 고척돔에서 키움과 3연전으로 다시 총력전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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