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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나라에 "美추방자 받아라" 요구한 트럼프 정부

이데일리 김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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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나라에 "美추방자 받아라" 요구한 트럼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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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보도…미국,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요구
"절박한 상황에 있는 정부 표적으로 삼아"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추방자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고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2022년 6월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쪽 이르핀 마을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차량의 앞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건물. (사진=AFP)

2022년 6월 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쪽 이르핀 마을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차량의 앞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건물. (사진=AFP)


WP가 입수한 미 행정부의 외교 문건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미국에서 추방된 불특정 다수의 제 3국 출신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극심한 전시 상황에 있는데다 미국의 군사·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요구로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WP는 전했다. 해당 문건은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작성됐다.

문건에 따르면 추방자를 수용하라는 요구는 미 고위 외교관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달됐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정부의 입장을 전한 뒤 공식적으로 답변하겠다’는 뜻만 미국 대사관에 전달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당시 미국은 유사한 제안을 여러 국가에 동시에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미국으로부터 제 3국 국적 추방자를 수용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사안에 정통한 우크라이나 소식통 2명은 WP에 해당 요청이 우크라이나 최고위층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WP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습을 받아 제 역할을 하는 공항 하나 조차 없다며 “전쟁 중인 국가에 이런 요청을 한 것은 국제 외교 관례 상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상대적으로 약소국 지위에 있는 나라를 상대로 추방자들을 수용할 국가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물밑 작업을 해왔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거나 때로는 관세 등으로 위협을 가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엘살바도르·멕시코·코스타리카·파나마 등 중·남미 지역의 일부 국가들이 제 3국 추방자들을 수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엘살바도르에는 수백만 달러를 지원했고, 파나마에는 ‘파나마 운하를 탈환하겠다’고 위협했다.

난민 지원 단체 ‘국제난민(RI)’의 아메리카·유럽 지역 책임자인 야엘 샤허는 WP에 “트럼프 행정부는 절박한 상황에 있으면서 (미국에) 호의를 베풀려는 정부를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은 이전에도 다른 국가와 추방자 수용에 대해 논의한 적 있지만, 이것은 새로운 접근”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외국 정부와의 지속적인 협력은 불법 이민을 억제하고 국경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