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한국영화 등극 ‘야당’
‘마약수사 브로커’ 뜻하는 야당
독특한 소재로 267만 관객 돌파
부당거래·베테랑·내부자들 환기
미친듯한 속도감에 반전도 매력
마약이란 한국사회 치부 들추며
검경 갈등이란 시대정신도 배합
‘마약수사 브로커’ 뜻하는 야당
독특한 소재로 267만 관객 돌파
부당거래·베테랑·내부자들 환기
미친듯한 속도감에 반전도 매력
마약이란 한국사회 치부 들추며
검경 갈등이란 시대정신도 배합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른 영화 ‘야당’의 포스터. 왼쪽부터 구 검사 역의 유해진, 강수 역의 강하늘, 오 팀장 역의 박해준. [플러스엠] |
“야당 짓 한번 제대로 해보자구요.”
모두가 여당을 꿈꾸는 이 시대에 ‘야당’이 되려 하다니. 하지만 오해하면 안 된다. 그 야당이 아니다.
영화 ‘야당’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강하늘이 내뱉는 저 대사의 야당은, 마약수사에서 사용되는 은어라고 한다. 마약범죄는 내부정보가 긴요하지만 접근이 워낙 어려워 정보를 비밀리에 대신 캐내는 ‘중간자’ 역할이 중요한데, 음지에선 이를 ‘야당’으로 부른단다.
‘약쟁이’와 검경 사이에선 정보를 제공하는 야당이 필요악으로 존재하고, 야당들은 대가로 자신의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감경받는다. ‘야당’을 제대로 해내면 수사협조확인서(플리바게닝)를 받아 처벌 수위가 낮아지거나 아예 무죄로 방면된다.
강하늘·유해진·박해준 주연의 영화 ‘야당’이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부상했다. 지난 연휴기간 동안 80만명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손익분기점 250만명(추정)을 넘어 267만 명 관객을 달성했고(6일 기준), 실관람객 평점 9점을 넘는 호평과 입소문에 400만~500만명 관객도 너끈히 달성하리란 예측도 나온다.
영화 ‘부당거래’ ‘베테랑’ ‘내부자들’을 적절한 배합으로 버무린 협주곡 같으면서도, 미친 듯한 속도감에 결국 빠져들고야 마는 황병국 감독의 영화 ‘야당’을 살펴봤다.
주인공은 강수(강하늘)는 대리운전을 하던 지극히 평범한 청년이었다.
강수는 뒷좌석 손님이 건넨 박카스 한 병을 들이켰다가 그 자리에서 경찰에 체포된다. 경찰에 끌려가 구치소에 수감된 강수가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검사실 책상 앞이었다.
눈물 콧물을 쏟는 강수의 상황을 훤히 꿰뚫어 보는 구 검사(유해진)는 마약범죄 수감자들의 내부정보를 캐오라고 은밀히 제안한다. 조건은 감형이었다. 목숨을 걸고 정보를 캐낸 강수는 ‘땅개 검사’ 구 검사의 승진 지렛대가 돼주고, 강수는 늘 뒷배가 돼주는 구 검사에 힘 입어 ‘전국구 야당’으로 성장한다.
평범한 청년이 고작 2년 만에 인생 역전을 이룩한 것이다.
강수와 구 검사의 공작은, 그러나 번번이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오상진 팀장(박해준)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 오 팀장이 사력을 다해 쫓아간 마약범죄 현장엔, 어김없이 구 검사가 먼저 도착해 실적을 강탈해간다. 약쟁이들 사이에서 ‘옥황상제’로 불릴 만큼 악명 높던 오 팀장은, 이 모든 수사 혼선 사이에 ‘야당’ 강수가 존재함을 눈치챈다.
고작 한 명의 야당을 사이에 두고 검경이 정면 충돌하기 시작한다.
선인도 없고 오직 악인뿐인 이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강수와 구 검사가 분열하고, 강수가 오 팀장과 합작하더니, 구 검사가 다시 강수의 손을 잡으려 한다. 희생자는 누구이고, 가해자는 또 누굴까.
배우 강하늘의 연기 변신은 영화 ‘야당’의 탁월한 성취다. 드라마 ‘미생’의 장백기와 같은 신중함과 세련미, ‘동백꽃 필 무렵’ 속 황용식 순경의 어리버리한 매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건들건들하면서도 미워할 순 없는 양아치 배역을 제대로 해낸다.
영화에는 타의에 의해 약에 중독돼 폐인으로 전락한 강수가 재기하는 신이 나오는데, 사설감옥 안에서 약을 극복하려 절규하는 모습은 배우로서의 강하늘을 다시 보게 만든다.
배우 유해진과 배우 박해준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조연들의 연기도 탁월하다.
특히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제니 엄마’로 출연했던 배우 김금순이 ‘야당’에선 장어집 여사장이자 북한산 마약밀수 총책으로 출연해 극의 긴장감을 형성한다. 대선 후보 조상택의 아들이자 마약범죄 보스인 조훈(류경수), 한때 촉망받는 배우였지만 약쟁이로 전락해 한순간에 추락하는 엄수진(채원빈)의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다.
‘야당’의 감독은 놀랍게도 황병국 감독이다.
황 감독은 영화 ‘부당거래’에서 “제가 국선변호하면 얼마 받는지 아세요? 삼씁만원(30만원) 받아, 삼씁만원”이란 그 유명한 대사를 내뱉는 국선변호사, ‘서울의 봄’에서 “헌병감, 사람 옆에 두고 소리 지르면 내가 무안하잖아요”라는 허탈한 말을 하는 육군 소장을 연기했다. 황 감독은 배우 이미지로 대중에 잘 알려졌지만 ‘나의 결혼원정기’ ‘특수본’ 등을 연출했을 만큼 감독이 본업이다.
진지함과 유머스러움을 넘나느는 킬링타임용 영화이지만, 극장을 빠져나올 땐 ‘이 세계의 정의는 모두 조직되는 것’이란 깨달음이 오는 영화다.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른 영화 ‘야당’의 한 장면. 마약수사 브로커 강수 역을 맡은 강하늘(왼쪽)과 구 검사 역의 유해진. [플러스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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