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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고민, 조금만 시선 돌려 보세요"

이데일리 장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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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고민, 조금만 시선 돌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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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절 마당에 앉아' 펴낸 성진스님
방송·유튜브 통해 '힐링 멘토'로 활약
현대인의 고민 이야기 40편 글로 엮어
세대 상관없이 삶의 무게 무거워진 시대
"자신의 소중함 깨닫고 마음의 자유 찾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해보는 겁니다.”

성진스님. (사진=김영사)

성진스님. (사진=김영사)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힐링 멘토’로 대중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성진스님의 신간 ‘절 마당에 앉아’(김영사)를 여는 문장이다. 짧고 간결한 글이지만 인생에 대한 통찰이 전해진다. 지금 골몰하고 있는 고민도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다.

최근 불교가 20~30대를 중심으로 ‘힙’(HIP·멋있다는 뜻)한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인생에 대한 고민의 해결책을 불교에서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성진스님이 현대인의 고민에 대한 책을 쓴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성진스님은 6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찰에 있으면 불자(佛者)가 아닌 분들도 찾아와서 인생의 고민을 하소연처럼 이야기한다”며 “다양하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잘 정리하면 마음이 복잡할 때 생각을 정리해보고 삶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중학생도 인생 고민 상담하러 절 찾아와”


책은 성진스님이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발견한 공통적인 내용을 40편의 글로 엮었다. 인간관계, 일상생활, 내면의 불안, 은퇴 후 삶 등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 문제들을 담고 있다. 성진스님은 이런 고민에 정답을 제시하지않는다. 도움이 될 만한 불교의 사상을 통해 읽는 사람이 각자의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책을 썼다. ‘에세이’ 대신 ‘인생 방편집’이라고 한 이유다.

성진스님이 주지로 있는 남양주 성관사에는 ‘휴휴정’이라는 공간이 있다. ‘쉼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의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성진스님에게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최근에는 한 중학생이 찾아와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말해 스님을 당황케 했다. 성진스님은 “인생 고민을 이야기하러 절을 찾아오는 이들의 세대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며 “삶의 중심을 ‘자신’에 두면서 각자가 짊어지는 삶의 무게가 무거워졌다”고 분석했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책에 담긴 다양한 고민에서 현대인의 고뇌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은 빠른 경제 발전 속도만큼 사회적인 압박감도 급상승했다”며 “경제 발전을 위한 ‘강화학습’의 결과로 성공 이외의 결과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 극단적 경향이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교 교리에 ‘세상도 변하고 나 자신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건 특별한 것이 아니다”면서 “지금 느끼는 부족함은 잠깐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삶의 어려움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마당 많이 생겼으면”

성진스님. (사진=김영사)

성진스님. (사진=김영사)


성진스님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현대인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불교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성진스님은 최근 불교의 인기 이유를 “의외성”에서 찾았다. 형식적으로 보이는 불교가 사실은 매우 유연하다는 점이 현대인, 특히 20~3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성진스님은 “불교의 핵심은 나만의 방식으로 나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고 마음의 자유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경쟁으로 치열한 사회에서 벽에 부딪힌 MZ세대에게는 불교는 엄격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종교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극단적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 사회가 새겨들어야 할 부처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성진스님은 화쟁사상의 ‘개시개비’(皆是皆非)를 언급했다. 그는 “개시개비는 ‘나도 맞고 너도 맞을 수 있다’는 의미이자 ‘나도 틀릴 수 있고 너도 틀릴 수 있다’는 뜻”이라며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화쟁사상’과 ‘개시개비’를 통해 사회적인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진스님은 앞으로도 인생이 힘든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을 계속 할 생각이다. 성진스님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민의 답을 찾을 수 있다”면서 “책 제목의 ‘마당’처럼 누구나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쉬어갈 수 있는 곳이고 싶다. 우리 사회에 더 많은 마당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