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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자값까지 또 일제히 올렸다

조선일보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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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과자값까지 또 일제히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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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물가 5개월 연속 급등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라면코너./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라면코너./뉴스1


원재료 가격 상승과 1달러당 1400원대 환율이 장기화하면서 농심과 롯데 등 주요 식품 업체들이 라면과 과자 등 주요 가공식품 가격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최근 2~3년간 정부의 ‘물가 상승 억제’ 정책에 따라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식품 업체들이 올 들어 환율 상승과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2023년 12월(4.2%)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2%)를 조금 웃도는 2.1%에 그친 반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거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작년 11월 1.3%에 그쳤다가 12월(2%)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으로 상승 폭이 커졌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른 2021년 7월~2022년 10월(16개월 연속) 이후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가공식품 물가 상승은 고환율로 원재료 비용 부담이 커진 식품 업체들이 제품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햄버거와 커피 등 외식 물가도 3.2% 올라 작년 3월 이후 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먹거리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음식료품 소매 판매 지수는 2022년(-2.5%)부터 작년(-1.5%)까지 3년 연속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년 전보다 0.3% 감소했다. 외식을 나타내는 지표인 음식점업 생산도 2023년부터 작년까지 2년 연속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식품 구매·외식 이례적 동반 감소… 허리띠 졸라맸다

식품 판매와 외식이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기 침체 때나 나타나는 이례적 현상이다. 식료품과 외식 소비는 한쪽이 줄면 다른 쪽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에는 외식 소비가 감소한 반면 집밥 수요가 늘어 음식료품 소매 판매가 늘어났다. 당시 음식점 생산은 16.0% 줄었지만 음식료품 소매 판매는 4.6% 늘었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식품과 외식의 동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 업체들 “2년 넘게 가격 동결, 이젠 한계”


주요 식품 업체들은 “누적된 비용 부담 때문에 더는 가격을 동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방침에 호응해 가격을 동결해 온 것이 이젠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농심이 신라면·너구리 등 라면 출고가를 4~5% 쯤 올렸다. 지난달에는 오뚜기가 진라면 등 라면 가격을 평균 7.5% 인상했고, 같은 달 팔도도 팔도비빔면·왕뚜껑 등을 4~7% 쯤 올렸다.

농심과 팔도의 가격 인상은 2년 6개월 만, 오뚜기는 2년 5개월 만이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밀가루 등 수입 원자재 값이 급등했다”며 “그간 누적된 인건비, 유가 인상 부담에 고환율이 라면 가격 인상에 결정타를 가했고 이에 2년 넘게 가격을 동결해 온 부담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롯데웰푸드도 국제 코코아 가격 상승세가 고환율로 극심해지자 지난 2월 빼빼로 등 제품 26개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4월 기준으로 통계청이 집계하는 가공식품 73품목 가운데 오징어채(46.9%)와 초콜릿(21.2%), 김치(20.7%), 양념 소스(16.9%), 맛김(14.9%), 이유식(11.1%), 간장(10.5%), 참기름(9.4%), 커피(8%) 등 62품목(85%)의 가격이 올랐다. 가공식품 물가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작년 11월에는 물가가 오른 가공식품이 48개에 그쳤는데, 5개월 만에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3달째 올라

가공식품 가격 인상 러시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3달 연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 식량 가격 지수는 128.3으로 전달보다 1.0% 올랐다. 올해 1월만 해도 전달 대비 2.1% 감소했다가 2월(+2%), 3월(+0.3%), 4월 등 3개월 연속 올랐다. 이상기후와 재배 면적 감소, 고환율 등 영향이라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설명했다.

특히 버터, 분유 등 유제품 원료 가격과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공급 감소 여파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외식 품목 39개 중 36개 올라

외식 업체들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리스크를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외식 품목 39개 가운데 도시락(8.4%), 햄버거(6.6%), 생선회(5.4%), 떡볶이(5.4%), 치킨(5.3%), 자장면(5.1%), 짬뽕(4.9%), 김밥(4.7%) 등 36품목의 가격이 올랐다.

전월세 등 주택 임대 가격 물가 지수나 내구재처럼 가격 변동성이 높지 않은 커피 외식 물가 상승률도 3.2%에 달했다. 2022년부터 아메리카노 등 주요 제품 가격을 3년간 동결했던 스타벅스가 올 1월 들어 대표 상품인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가격을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리는 등 22개 제품 가격을 올렸다. 투썸플레이스도 3월 케이크와 커피, 음료 등 메뉴 58종의 가격을 평균 4.9% 올렸다.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 매머드커피 등 ‘저가 커피’ 브랜드도 잇따라 음료 가격을 올렸다. 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난 한 해 동안 원두 가격을 좌우하는 국제 생두 시세가 2배 가까이 상승했다”고 인상 이유를 밝혔다.

버거 브랜드 중에선 KFC가 지난달 치킨, 버거 등 일부 메뉴 가격을 100~300원 올렸고, 맥도널드는 지난 3월 2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 인상했다. ‘쉐이크쉑’도 지난달 30일부터 쉑버거 가격을 8900원에서 9200원으로, 핫도그는 5100원에서 5200원으로, 쉐이크는 6800원에서 6900원으로 올렸다. 쉐이크쉑 측은 공지를 통해 “각종 제반 비용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버거 포함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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