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TV서 매주 목 저녁 9시 방영 ‘갱스 오브 런던 3’ 김홍선 감독
‘갱스 오브 런던3’에서 배우 신승환이 연기한 한국인 보스가 사망하자 부하 역 배우 임주환(맨 오른쪽)이 현지 조직원과 대치하는 장면. 김홍선 감독이 두 배역을 한국인으로 설정했다./웨이브 |
영국 TV 채널 스카이 애틀랜틱의 황금 시간대인 매주 목요일 저녁 9시. 영국 안방극장에 한국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가 지난 3월부터 방영 중이다. 2021년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이기도 한 인기 시리즈 ‘갱스 오브 런던’의 세 번째 시즌이다. 1화에는 한국 배우 신승환과 임주환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인 갱으로 출연해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며 화려하고 강렬한 도입부를 만들었다.
한국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신은 연출자인 김홍선 감독이 야심 차게 남긴 서명인 셈이다. 김 감독은 ‘대물’(2010) 등 한국 TV 드라마 조연출로 시작해, 영화 ‘반드시 잡는다’(2017) ‘변신’(2019) ‘늑대사냥’(2022) 등을 만든, 한국에서 활동한 감독이다. 아시아 감독 최초로 영국 드라마의 리드 디렉터를 맡아 한국적 색깔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감독’도 해외 안방극장까지 진출해 눈길을 끈다. 최근 여의도에서 만난 김 감독은 “마침 할리우드 배우·작가 파업 시기에 파업 여파가 없던 ‘갱스 오브 런던’ 시즌 3의 연출을 맡게 됐다”며 “후속 시즌에 대한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나올 정도로 현지 반응을 보면 선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 종사자에 신뢰 커”
김홍선 감독./웨이브 |
김 감독이 해외로 나갈 수 있었던 발판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놓인 움직이는 교도소를 소재로 한 영화 ‘늑대사냥’이었다. 해외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면서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에 이어 할리우드 유명 에이전시인 WME와 계약했다. 잔혹한 액션이 들어간 장르물이 주특기인 김 감독의 이력이 영국 갱의 피 터지는 이권 다툼을 그린 누아르 ‘갱스 오브 런던’과 맞아떨어졌다. 그는 전체 8부 중 1, 2, 7, 8부를 직접 연출하고 전체적인 방향성과 액션 설계, 최종 편집 권한을 가졌다.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시즌 3 전문가 추천율은 5일 현재 80%(전체 시즌 평균 84%)를 기록 중이다.
김 감독은 한국 문화 산업 종사자가 해외에 나가 일할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아직 해외에선 신인인데도 런던에서 한국 문화 산업 종사자는 의심의 여지 없이 ‘하이엔드(최고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사람으로 여겨지더라”며 “영국 OTT 주간 순위에도 항상 한국 드라마가 두세 개씩 들어있을 정도로 한국 콘텐츠를 많이 보기 때문에 더욱 뿌듯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K감독’도 해외 진출·협업 나서야
김 감독 외에도 앞서 박찬욱 감독이 미국 HBO 드라마 ‘동조자’를 연출하는 등 한국 감독이 해외 작품을 연출하거나, 연상호 감독의 영화 ‘계시록’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참여하는 등 해외 감독과의 협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제작 노하우와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도 생기고 있다. 김 감독 역시 한국적인 색깔을 해외에 보여주고, 한국과 다른 점들을 참고할 수 있어 이번 작업이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영국 드라마 스타일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감을 사용해 캐릭터들을 표현하고 액션에는 인물 정서를 녹였다”며 “정서적 표현에 있어서는 우리가 세계적으로 강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할리우드 파업 여파로 촬영 현장에 ‘듄2’ ‘글래디에이터2’ 등 다양한 작품의 제작진들이 참여해 조명과 특수 분장 등 노하우도 얻었다고 했다.
위축된 국내 영화 시장 때문에 해외 도전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된 측면도 있다. 그는 “지금 할리우드 영화 시장은 70~80%까지 회복됐고 좋은 대본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연계된 유럽 영화 시장도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만 굉장히 독립된 한국 시장은 가장 위축된 편”이라고 했다. “예산을 줄이고 탄탄하게 만들며 관객이 돌아올 때까지 버텨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영화감독으로서 한국 영화가 무조건 다시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갱스 오브 런던
런던 범죄 조직을 주름잡던 대부가 암살된 뒤 벌어지는 갱들의 권력 다툼을 그린 누아르. 수위 높은 강렬한 액션이 화제가 되며 2020년 시즌 1이 영국에서 흥행했다. 시즌 3는 다양한 액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잔혹함보다 캐릭터 개성 구현에 무게를 뒀다. 국내 OTT 웨이브에서 시리즈 전편을 볼 수 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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