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사설] 김·한 단일화 삐걱…가치보다 정치 셈법 앞세운 탓 아닌가

중앙일보 n/a
원문보기

[사설] 김·한 단일화 삐걱…가치보다 정치 셈법 앞세운 탓 아닌가

속보
이노스페이스 발사 시도 중단…오늘 발사 못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힘 단일화 압박 의총…김 후보는 “당무우선권 침해”





명확한 국정 비전 위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 세워야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선출한 국민의힘이 단일화 내홍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에선 김 후보가 무소속 예비후보로 등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서둘러 단일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어제 4선 중진 의원들의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에 이어 긴급 의총까지 열렸다. 단일화 촉구 의원들은 후보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 이전 단일화를 강조한다. 후보 등록일을 넘기면 한 전 총리가 단일 후보로 뽑히더라도 무소속으로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에 적극적이던 김 후보는 “대선후보가 선출된 직후부터 지속돼 온 당무우선권 침해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속한 단일화 필요성을 주장해 온 이양수 사무총장을 김 후보가 해임하고 다른 의원을 앉히려다 무산되자 “대통령 후보의 임명 요청을 지도부가 이행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 행위”라고 직격한 것이다. 단일화 방식과 시기 등을 국민의힘에 일임한 한 후보는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서 김 후보를 만나 조기 회동을 제안했는데, 김 후보 측은 “곧 만나자는 덕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김 후보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낙연 전 총리까지를 포함한 ‘원샷’ 단일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 후보와는 입장 차이를 보였다.

대선을 앞둔 후보 단일화는 과거에도 있었고, 어느 정당에서나 예민한 문제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경우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한 뒤 곧바로 당 외부 인사와 무조건 단일화하라고 압박하는 형국이다. 예사롭고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후보의 처신도 적절하다고 보긴 힘들다. 한 후보의 경우 후보 등록 기간을 넘기면 단일 후보로 선출되더라도 ‘기호 2번’을 쓸 수 없고, 국민의힘 조직의 도움이나 자금 지원을 받기 어려워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정 운영 청사진이나 구체적 공약 제시도 없이 일단 단일화하자고 서두르는 건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보수 진영 후보들이 어떤 수준의 ‘빅텐트’를 언제 치게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반(反)이재명 연대’만 외치며 뭉치기만 한다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비전 경쟁 없이 지지율 숫자로만 단일화 승부를 가르는 정치공학으로는 기존 지지층을 넘어 중도층의 마음까지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한 두 후보 사이의 삐걱대는 단일화 추진 양상은 이런 몰(沒)비전, 몰가치의 결과가 아닌가. 탄핵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정치 세력이 왜 다시 국정을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 유권자의 설득을 얻어내는 것이 먼저다. 그 위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단일화 기준을 정립해야 바라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