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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곰표 밀맥주 '컬래버레이션 신화' [넘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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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곰표 밀맥주 '컬래버레이션 신화' [넘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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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곰표 컬래버레이션은 이후 여러 컬래버의 시초가 됐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사진|뉴시스]

곰표 컬래버레이션은 이후 여러 컬래버의 시초가 됐을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사진|뉴시스]


# 곰표 밀맥주와 곰표 밀맥주 시즌2는 생산업체가 다르다. 곰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가 생산했고, 곰표 밀맥주 시즌2는 제주맥주가 제조 중이다. '곰표' 상표권을 갖고 있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계약이 2023년 3월 31일 종료하면서 맥주 생산업체도 바뀌었다.

# 문제는 곰표 밀맥주의 신화를 함께 열어젖힌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2년째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놀라운 '컬래버레이션 신화'는 어쩌다 '갈등의 도가니'로 빠져든 걸까. 여기엔 시작보다 끝이 아름답기 힘든 '컬래버레이션'의 잔혹사가 숨어 있다. 더스쿠프가 視리즈 '컬래버레이션 잔혹사'를 통해 곰표 밀맥주의 법적 다툼을 취재했다. 먼저 1편을 보자.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8년. 국내에선 '곰표' 열풍이 불었다. 곰표 밀가루의 옛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한 연습장ㆍ메모지ㆍ에코백 등 굿즈가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의류업체 4XR과 손잡고 출시한 곰표 반팔 티셔츠와 패딩 점퍼도 SNS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대한제분의 '곰표 마케팅'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좋았다. 2018년은 뉴트로(New-troㆍ용어설명 참조) 열풍이 일기 직전이었다. 60살이 넘은 '밀가루' 브랜드가 레트로(Retro) 콘셉트로 탈바꿈하자 MZ세대 소비자가 관심을 보였고, 때마침 유통가에 뉴트로 트렌드가 밀려들면서 곰표 브랜드는 날아올랐다.

'곰표 컬래버레이션'은 끝없이 이어졌다. CGV, LG생활건강, 애경산업, 세븐브로이, CU 등이 대한제분과 손을 맞잡았다. 그중 가장 돋보였던 건 2020년 5월 맥주 제조업체 세븐브로이와 함께 선보인 '곰표 밀맥주'였다. 실적은 놀라웠다. 출시 3일 만에 첫 생산물량 10만개가 동나고, 일주일 만에 30만개가 팔려나갔다. 주요 판매처였던 CU에서 품절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곰표 밀맥주'란 컬래버도 신선했지만, 맛과 품질도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곰표 밀맥주는 가벼운 맛과 달콤한 향으로 두꺼운 지지층을 형성했다. 그러자 말표ㆍ노르디스크ㆍ백양ㆍ금성ㆍ유동골뱅이ㆍ쥬시후레쉬 등 '제2 곰표' 밀맥주를 노린 컬래버 수제맥주들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곰표 밀맥주'가 쏘아올린 공이었다.

당연히 곰표 밀맥주를 제조한 세븐브로이도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2019년 18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매출은 2021년 403억원으로 22.4배가 됐다. 수익성도 좋아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9배(2019년 1억원→2021년 119억원)로 늘어났다.

하지만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컬래버는 결말까지 아름답진 않았다. 2023년 3월 31일 상표권을 가진 대한제분과 제품을 생산하는 세븐브로이의 계약이 끝나면서 갈등의 싹이 텄다.

이 싸움은 햇수로 2년째를 맞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둘 사이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먼저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을 타임라인별로 정리했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상표권 사용 계약(3년)이 종료된 것은 2023년 3월 31일. 이후 세븐브로이는 곰표 밀맥주의 이름을 '대표 밀맥주'로 변경했다. 제품 디자인도 곰 대신 '호랑이 캐릭터'로 바꿨다. 다만, 그해 3월 31일까지 생산한 '곰표 밀맥주'는 6개월 후인 9월까지 판매하는 게 가능했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대한제분도 제주맥주를 새 파트너로 맞았다. 2023년 5월 9일 대한제분과 제주맥주는 '곰표 밀맥주 시즌2'를 출시하겠다는 밑그림을 발표했다. 세븐브로이는 우려를 표했다. '곰표 밀맥주'를 9월까지 판매해야 하는데, 대한제분과 제주맥주가 '곰표 밀맥주 시즌2'를 그 전에 론칭하면 두 제품이 뒤섞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세븐브로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 우리가 생산한 곰표 밀맥주와 제주맥주가 론칭할 곰표 밀맥주 시즌2가 시장에 겹칠 가능성이 있었다. 우리로선 9월까지 재고 판매 기간을 보장받을 필요성이 있었다. 그래서 5월 25일 법원에 '곰표 밀맥주 시즌2' 제품의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곰표 밀맥주'의 신화를 열어젖힌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간 갈등이 '법정'으로 향하는 변곡점이었다. 그렇다면 세븐브로이의 가처분은 받아들여졌을까. 이 이야기는 2편에서 해보자. <다음 편에서 계속>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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