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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파란 하늘을 보고 싶은 마음

조선일보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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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파란 하늘을 보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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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쯤의 일이다. 교도소 수형자들의 수필을 읽고 심사를 했다. 뽑은 글 중에 열아홉 살 소년범을 포함한 20명 소년이 김천소년교도소에서 1년 가까이 뮤지컬을 준비해 공연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아이들은 공연을 마치고 방송사 기자와 인터뷰하고 나서 한바탕 울고, 노래와 춤과 연기를 가르쳐준 교사들과 스태프와 해단식을 하며 또다시 눈물바다를 이루었단다. 나도 심사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울린 이 행사는 ‘제로캠프’라는 단체의 후원 덕분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제로캠프는 익명의 독지가가 ‘소년 수형자를 위해 써달라’는 취지로 기부한 30억원 기금으로 설립된 단체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소년 수형자의 심성 순화를 위해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캠프를 운영하며 뮤지컬도 공연하고 악기 및 연기 교육 등 문화예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소년교도소는 소년원과 다르다. 소년교도소는 20세 미만의 수형자를 수용하여 형을 집행하는 교정시설이고 소년원은 보호처분 받은 소년을 수용하는 보호기관이다. 다시 말해 소년교도소는 죄를 지은 청소년이 형을 사는 곳이고 소년원은 말썽 피운 아이를 순화 교육하는 곳이다.

글을 쓴 소년은 미성년임에도 15년 형을 받았다. 수감 생활 중에도 계속 주먹을 휘둘러 독방에 여러 번 갇혔다고 한다. 그런 문제아가 쓴 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제로캠프 덕에 과거를 치유하고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밝은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러 사람과 협력하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 소년이 성인 교도소에 가서 쓴 수필도 심사한 적이 있는데 마음이 많이 안정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법무부 교정본부와 사단법인 제로캠프가 작년 5월 신규 위원을 위촉하고 운영 계획에 대해 논의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촉법소년도 어른 못지않은 중범죄를 짓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장발장처럼 진정으로 참회하는 교정 사례도 많고, 뮤지컬 출연 등 예술 교육 활동을 통해 잘못한 과거의 자신을 극복한 경우도 많다. 파란 하늘을 보며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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