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가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조희대(가운데) 대법원장등이 입정해 앉아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대법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에 대한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는 일반 국민과 같을 수 없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해도 공직 후보자의 발언은 수많은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엄격한 기준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는 국민이 공직자를 뽑는 절차다. 선거 때 공직자의 거짓말은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것으로 선거 자체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중대한 문제다. 공직자의 선거 발언은 일반인들의 발언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지만 대법원의 이 판결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동안 정치권과 일부 판사들에 의해 이 상식이 가로막혀 왔기 때문일 것이다.
대법원은 정치인 발언 허위 여부는 전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따져 유권자에게 주는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선거법상 허위 사실 판단 기준은 ‘유권자의 인식’이라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구체화한 것이다. 대법원이 이런 기준들을 새삼 제시한 것은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2심 판결이 전혀 상식과 법리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심 판사들은 이 후보의 발언을 “주관적 인식”이거나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후보의 발언을 들은 사람들이 어떤 인식을 갖게 됐는지를 따지지 않고 발언을 잘게 쪼갠 뒤 이 후보 입장에서 본 것이다. 이런 식이면 어떤 거짓말도 무죄로 만들 수 있다.
2심 판사들은 특히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는 취지의 이 후보 발언을 다섯으로 나눈 뒤 ‘협박’ 발언은 위치상 백현동이 아닌 다른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국정감사장에서 민주당 의원이 백현동에 대해 묻고 이 후보가 답한 것인데 판사들은 이 후보가 백현동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궤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 판결문에는 2심 판결에 대해 ‘잘못’이라는 표현이 18번 나온다고 한다. 2심 판결이 얼마나 상식과 법리에 맞지 않았으면 이랬겠나. 지금으로선 대선 전에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엉터리 2심 판결이 사실상 이 후보에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상태에서 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면 큰 사회적 혼란이 벌어지게 된다. 2심 판사들은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건가. 책임 의식은 있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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