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며, 결정문에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0년 대선 재검표 관련 판결, 이른바 ‘부시 대 고어 판결’을 인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이 언급한 미국 사례와 이 후보 사례는 재판의 성격과 시급성 등에서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런 내용은 대법원 결정문 중 ‘다수 의견에 대한 서경환, 신숙희, 박영재, 이숙연, 마용주 대법관의 보충 의견’에 담겼다. 이들은 “공직선거에 관한 신속 재판 사례는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은 2000년 부시와 고어가 경쟁한 대통령 선거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 주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신청이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후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고 밝혔다.
2000년 미국 대선 투표 직후, 조지 W. 부시 당시 공화당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간발의 차이를 보이며 300여표 차이 나는 플로리다주 재검표가 대선 결과를 좌우하게 되자, 연방대법원이 개입해 사건을 빠르게 종결한 사례를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 사건과 ‘부시 대 고어 판결’은 재판의 성격이 달라, 미국 사례를 이 후보 재판에 끌어와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시 대 고어 판결’은 대선 투표 직후 결과를 확정하지 못하고 한 달 넘게 전국적인 혼란이 벌어지던 위기 상황에서, 선거의 유효성을 다투는 사건이었다. 반면, 이 후보 사건은 야당 대선 후보가 4년 전 국정감사와 대선 과정에서 한 발언의 허위 여부를 두고 다투는 개인 형사 사건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2022년 9월 기소했고, 재판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부시 대 고어 판결’은 연방대법원의 대표적인 정치 개입 사례 중 하나로 비판받고 있다. 당시 연방대법원은 5 대 4로 재검표 중단을 결정했고, 이를 통해 부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사건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은 퇴임 뒤인 2013년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 개입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며 “그때 연방대법원이 심리를 거부했어야 한다. 당시 판결은 파문을 일으켰고 연방대법원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렸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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