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의자 회담’ 후 돌변한 美… “러, 우크라 침공” 공식 인정

서울구름많음 / 19.3 °
[글로벌5Q] 美·우크라 재협상 끝… 광물 협정 최종 서명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30일 ‘광물 협정’으로 불리는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우크라이나의 희토류(광물)와 각종 에너지 자원, 다양한 산업 기반 시설을 아우르며 우크라이나 경제에 공동으로 투자·운영하는 내용이다. 지난 2월 말 서명하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파행으로 체결이 미뤄졌고, 두 달여 재협상 끝에 성사됐다. 전쟁 장기화 속에 양국이 경제적·지정학적 이익을 맞바꾼 ‘딜(거래)’로 풀이된다.

Q1. 광물 협정은 왜 체결했나

러시아의 전면 침공(2022년 2월) 후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2500억달러가 넘는 군사·경제 지원에 의존해 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군사 지원은 투자이며, 전후(戰後) 수익으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엔 (중국이 독점한) 희토류와 리튬·우라늄이 풍부하다. 미국이 이를 이용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젤렌스키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트럼프를 만나 미국의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투자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다. 친러 성향이 강한 트럼프를 우군으로 돌리려 경제적 ‘미끼’를 던진 셈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미국의 자본과 첨단 기술을 끌어들이면 전후 산업 기반 복구, 달러 유동성 확보, 서방의 ‘안보 우산’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젤렌스키는 “자원 주권을 지키면서 서방과 ‘윈-윈(둘 다 득을 보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Q2. 이번 협정의 핵심 내용은

양국(정부·기업)이 50대50으로 출자해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펀드’를 만든다. 이 펀드는 향후 우크라이나 광물과 에너지 자원, 관련 기반 시설에 투자한다. 이에 따라 발생한 10년간의 순이익은 양국이 반씩 나누고, 전액 우크라이나에 재투자한다. 미국은 신규 프로젝트에 우선권을 갖는다.

미국은 지난 2월 말 서명하려던 협정에서 우크라이나 광물에 대한 실질 소유권을 원했었다. 또 이미 제공한 군사·경제 원조를 펀드 투자금에 포함시켜 ‘빚’처럼 받아내려 했다. 펀드 운영은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안전 보장 내용도 없었다.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 설전으로 서명이 무산된 후 재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더 강한 요구를 했지만 젤렌스키는 “(경제) 주권을 담보로 한 거래는 없다”며 버텼다.

간극이 큰 듯 보였던 트럼프와 젤렌스키는 지난달 26일 교황 장례식 참석을 계기로 가진 ‘바티칸 회동’을 전후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미국은 “과거 지원금을 갚으라는 조항을 빼되, 미래 군사 지원을 펀드 기여금으로 간주하자“는 수정안을 제시했고, 이를 우크라이나가 수용했다고 알려졌다. 당초 협정안에 있었던, 미국의 가스·석유 시설에 대한 지분 요구도 삭제·완화됐다. 또 “장기·전략적 협력” “우크라이나 주권과 번영 지원” 등 안보 관련 포괄적 문구가 들어갔다.


Q3. 러시아 침공에 대한 언급은

협정은 “2022년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전면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원래는 없었던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표현이 있어야 미래의 전후 배상 소송과 국제 금융기관의 차관 도입 시 법적 근거가 생긴다”며 끝까지 삽입을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는 이 표현만으로도 승리를 거뒀다. 향후 평화 협정에서 더 실질적인 안전 보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도 작용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중재 외교’를 표방하면서 실은 러시아에 기운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종전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대러 견제’ 신호가 필요했을 수 있다. 협정문에 침공 책임을 각인해 트럼프는 국내 비판을 무마하고, 우크라이나는 외교·법적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Q4. 친러·친푸틴 트럼프가 바뀌었나

트럼프 개인의 러시아에 대한 성향이 근본적으로 변하진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2026년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내 대러 강경파가 “우크라이나를 버리면 중국·러시아만 이득”이라며 압박하고, 전현직 안보 라인이 “중국의 희토류 지배를 깨기 위해 우크라이나 광물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올리며 ‘전략 변화’를 요구했다고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가 경제적 실익과 러시아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사 행사에서 ‘광물 협정이 푸틴을 억제할까’란 질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Q5. 향후 휴전 협상에 미칠 영향은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광물 협정을 놓고 “서방이 우크라이나 자원을 담보로 전쟁 장기화를 택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하지만 광물 협정이 체결되면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군사 지원과 경제 지원이라는 두 축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대러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결과가 될 전망이다. 이에 푸틴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

러시아가 지금처럼 평화(휴전·종전) 협상을 질질 끌면서 군사 압박을 지속한다면 트럼프와 푸틴이 서로 등을 돌려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 반대로 푸틴이 트럼프 측 ‘이상 기류’를 감지하고, 미국과 대립을 피하는 선택을 한다면 평화 협상이 촉진될 수 있다.


☞美·우크라이나 광물 협정

양국이 공동 출자·운영하는 재건 투자 펀드를 만들고, 우크라이나 내 희토류·리튬 등 개발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장기간 공유하는 내용. 미국은 중국에 의존해 온 전략 광물을 확보하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자본·기술과 ‘안보 우산’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파리=정철환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