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Why]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미시간에서 취임 100일 기념 연설을 마친 뒤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UPI 연합뉴스 |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시간주 대형 실내 체육관에서 ‘취임 100일’을 기념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월 20일 취임 당일, 워싱턴 DC 소재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2만명이 모인 축하 행사를 한 이후 99일 만의 공개 집회였다. 트럼프는 “미 대통령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0일이었다”고 자화자찬하면서 YMCA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행사를 가졌다. 그는 1기 집권 당시에도 취임 100일 기념행사를 열었다. 트럼프는 왜 ‘100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과거 미 대통령들도 그랬을까.
역대 대통령들은 트럼프처럼 대규모 행사를 갖진 않았지만, ‘첫 100일(First 100 Days)’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전통은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년 재임) 때 시작됐다. 대공황 때 당선돼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유명한 취임사를 남긴 그는 첫 100일 동안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인 ‘뉴딜’을 추진하며, 관련 법안인 농업 구제법, 공공사업진흥청 설립법 등 76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때 그가 보여준 역대급 추진력을 계기로, 이후 미 대통령들도 ‘첫 100일’의 성과를 평가받게 됐다.
이후 대통령들은 ‘첫 100일’은 국민 기대치가 최고조에 이르고 의회와의 관계도 원만한 기간으로, 자신의 국정 과제를 밀어붙이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2차 대전 연합군 총사령관 출신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3~1961년)는 취임 직후 군 통솔 경험을 바탕으로 행정부를 정비하는 데 집중했다. 세대교체의 기수로 주목받으며 취임한 존 F 케네디(1961~1963년)는 저개발국을 원조해 미국의 가치를 전파한다는 목적으로 후보 시절 구상한 ‘평화봉사단’을 취임 직후 출범시켰다.
로널드 레이건(1981~1989년)도 연방 정부 규모 축소와 감세 등 핵심 경제 정책을 취임 직후 강력 시행했다. 조 바이든(2021~2025년)은 코로나 대응을 취임 첫 100일의 핵심 과제로 삼고, 연방 정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세계보건기구 재가입, 코로나 백신 1억회 접종 등을 시행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후 첫 100일’에 대한 부담감도 토로했다. 케네디는 “모든 일이 첫 100일 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버락 오바마(2009~2017년)도 취임 전부터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려면 1000일은 필요하다”고 했다. 조지 W 부시(2001~2009년)는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 재검표 소송으로 당선자 발표가 한 달 이상 지연되는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100일 평가를 미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100일 성과를 지나치게 압박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오늘날처럼 의회가 극단적으로 분열된 상황에선 루스벨트 시대처럼 빠른 입법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