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선거법 2심재판 다시
물리적 시간상 대선前 유죄확정은 어려울 듯
李, 대선 뛸 수 있지만 ‘‘유죄 예정 후보’ 부담
헌법 84조 관련 해석 논쟁도 다시 불붙을 전망
국민의힘, 자진사퇴 촉구 속 민주 내분 기대감
민주, 비명도 결집 모양새…사법부 규탄 나서
물리적 시간상 대선前 유죄확정은 어려울 듯
李, 대선 뛸 수 있지만 ‘‘유죄 예정 후보’ 부담
헌법 84조 관련 해석 논쟁도 다시 불붙을 전망
국민의힘, 자진사퇴 촉구 속 민주 내분 기대감
민주, 비명도 결집 모양새…사법부 규탄 나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비(非)전형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파기환송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5.1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
[헤럴드경제=안대용·김해솔 기자] 6·3대선을 33일 남겨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하면서 정치권의 혼돈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대권 주자 지지율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 1위를 질주하고 있는데다 이미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상황에서 ‘사법부 최정점’인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심리를 통해 유죄 취지 판단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로 일단 사건은 다시 서울고법으로 넘어가게 됐다. 두 번째 2심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물론 이 후보도 첨예하게 다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두 번째 2심 후 두 번째 대법원 심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감안하면 6·3 대선까지 남은 기간을 따져볼 때 대선 전 판결 확정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판결이 현 시점에서 확정된 것이 아니고, 재판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 후보는 대선을 계속 뛸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로선 ‘유죄 판결을 예정한 대선후보’ 이미지를 안고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악재’를 안게 됐다. 가뜩이나 사법리스크로 인한 비호감 이미지가 약점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심리에 참여한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 판결을 한 터라 향후 이 사건에서 무죄 확정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고 직후 이 후보에 대한 파상공세에 나섰고, 민주당은 사법부를 규탄했다.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선판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판결을 파기 환송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대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 |
민주당은 당장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청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날 대법원 판결 영향과 관련한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의총이다.
민주당은 대법원 선고에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법원의 초고속 심리 진행을 두고 의원들 사이에선 상고기각 판결을 통한 무죄 확정 기대감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날 선고 결과로 한순간에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로선 이날 대법원 판결로 공직선거법 혐의 사건 재판을 다시 신경 쓰면서 선거운동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대선이 치러지는 6월 3일까지는 이날 기준으로 33일이 남았다. 향후 심리 절차 기간을 고려할 때 대선일 전 이 사건으로 이 후보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하지만 이 후보와 민주당 입장에선 다시 열리는 2심 역시 전원합의체처럼 초고속 심리를 진행하게 될 경우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속도전’에 의지를 보인 만큼 다시 열리는 2심 역시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서울고법에서 다시 열리는 2심에선 재판의 속도는 물론, 형량도 중요해졌다. 관건은 ‘벌금 100만원 이상 여부’다. 이 후보가 받고 있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의 경우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이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징역형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지난 3월 26일 2심 재판부는 1심을 깨고 무죄로 판결했었다.
이날 판결로 정치권에선 ‘헌법 84조 논쟁’도 다시 타오르게 됐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소추’의 의미를 두고 ‘기소만을 의미한다’는 견해와 ‘기소는 물론 재판도 포함된다’는 견해가 나뉘어 있다. 명시적 규정이 없거니와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당선된 대통령이 없었기 때문에 전례도 없다.
때문에 대선기간 중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이 후보에 대한 사법리스크 공세 수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나아가 만일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헌법 84조 규정 해석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이라 해도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이 후보 대법원 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권 위원장은 “공은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에게 넘어갔다”며 “허위사실 공표로 국민 판단을 왜곡했다는 사실을 대법원이 확인시켜줬다. 이 자체로 대통령 후보 자격은 이미 상실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 판결이 내려졌는데도 대통령 후보를 계속 고집하면 그 자체가 국민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 내분도 기대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뭘 한다기보다는 민주당 내분이 심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민주당 내에선 이날 대법원 판결로 인한 균열이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이다. 선대위에 합류한 의원들은 물론이고, 이 후보와 당내 경선에서 경쟁했던 김동연 경기지사는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법원의 파기환송은 더 큰 혼란만을 남겼다”며 “전례 없는 조속 판결로 대선에 영향을 주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법원마저 정치에 나선 것인가”라며 “결국은 주권자인 국민이 결정할 것이다. 사법 위에 국민이 있다”고 적었다.
비명(비이재명)계 대표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선대위에서 후보직속위원회인 사람사는세상 국민화합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용진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뜻밖의 판결이지만 담담하게 국민을 믿고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선은 선거이지 선고가 아니다. 사법부의 판단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 민심이 승부처”라며 “민심이 헌정수호와 민주세력의 승리, 이재명의 승리를 만들어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