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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상품이 된 시대…신간 '죽은 다음'

연합뉴스 송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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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상품이 된 시대…신간 '죽은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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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장례식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의 한 장례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죽음을 뜻하는 한자 사(死)는 부서진 뼈 알(歹)자와 사람 인(人)을 합쳐 만든 글자다. 백골이 된 시신 앞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옛사람의 인식 속에서 죽는 이 옆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는 얘기다. 임종을 지킨 이가 없다고 해도 결국 마지막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시신은 수습되어야 하고, 죽은 이의 신변은 정리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30∼4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사람 대다수는 집에서, 가족이 보는 앞에서 영면했다. 당시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사람은 전체 사망자의 25%에 불과했으나 이제 그 비율은 75%까지 치솟았다. 4명 중 3명이 병원에서 사망하는 것이다.

죽음 이후는 이제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이 주도한다. 장례와 애도를 마치고 복귀하기까지는 평균 3일이 주어진다. 장례 풍토는 빠르게 "시장화"되고 있다.

작가 희정이 그 풍토를 엿봤다. 그는 장례지도자 실습생 신분으로 장례식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해 신간 '죽은 다음'(한겨레출판사)에 담았다.

책 표지 이미지[한겨레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 표지 이미지
[한겨레출판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책에 따르면 염습과 입관 시간은 빡빡하다. 충분히 애도할 시간은 보장되지 않는다. "앞사람의 입관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차례 장례지도사가 문 앞을 서성"이고, 앞 차례 사별자들이 "문을 나서자마자 다음 팀은 안치대에 비닐을 깔며 분주"하게 다음 입관을 준비한다.

장례는 '엔딩 플래너'가 주도한다. A패키지, B패키지, C패키지를 내밀며 세트 상품을 고르듯 장례를 준비하라고 사별자에게 권한다. 사별자는 소비자로서 합리적인 선택을 고민한다.


"울음과 회한 가득한 장례식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사별자가 해야 하는 일이 상품 선택과 문상객 맞이뿐이라는 것도 쉽게 수긍되진 않는다. 현대인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생산품(노동)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애에서 소외되고 있다."

책에는 예비 사별자, 예비 고인을 위한 실용적인 조언도 담겼다. 삼일장의 절차와 그 과정에서 사별자가 해야 할 일, 상조회사, 장례식장에 무엇을 어디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는 물론 '생전장례식' '무연고자 공영장례' '장례협동조합' 등 대안 장례도 소개한다.

한겨레출판사. 388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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