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기념
6일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어느 가족’ 등 대표작 13편 상영
6일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어느 가족’ 등 대표작 13편 상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티캐스트 |
“멀티플렉스 극장이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면, 예술영화관은 동네의 숨겨진 맛집이죠.”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개관 25주년을 맞아 지난 29일 내한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63)는 “다른 곳에서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내는 작은 영화관에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신적 영양분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씨네큐브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관. 25년 동안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특별전을 6일까지 연다.
이날 ‘우리가 극장을 사랑하는 이유’를 주제로 열린 스페셜 토크 행사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관에 얽힌 추억을 들려줬다. “데뷔작 ‘환상의 빛’으로 해외 영화제에 갔을 때였어요. 영화 상영 후에 1시간 정도 관객과의 대화(GV)를 열었는데 끝나고 다들 아쉬워했어요. 시간 되는 사람끼리 옆 카페에 가서 GV를 이어갔고, 결국 상영 시간보다 이야기가 더 길어졌죠.” 고레에다 감독은 “도쿄에서 화상으로 여러분을 만날 수도 있지만, 서로 수고를 들여 한 공간에서 대면으로 만난다는 것이 여전히 의미 있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29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왼쪽에서 둘째)의 스페셜 토크 행사. /티캐스트 |
그는 CG(컴퓨터 그래픽)를 지양하고, 여전히 디지털보다 필름 촬영을 고집한다. 한국에서 영화 ‘브로커’를 촬영할 때도, 자동차를 세워두고 찍고 움직이는 배경을 합성하는 요즘 방식과 달리 실제로 배우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촬영했다. 그는 “차를 세워두고 촬영하면 바람이 불지 않는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부는 바람’을 영화에 담는 건 저에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시대는 점점 더 효율을 중시하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리는 것도 많지 않나 싶어요. 뒤처지고 낙오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멈춰서 만드는 쪽을 택할 것 같습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 등 대표작 13편을 상영한다. 1일에는 ‘어느 가족’ 상영 후, ‘브로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송강호·이주영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관이 관객을 성장시키듯, 관객도 영화관을 키워나간다. 몇 세대에 걸쳐 기억이 켜켜이 쌓이면서 이 장소도 자라나지 않을까 싶다”면서 “50주년에도 불러주시면 오겠다”고 했다. 자세한 상영 일정은 씨네큐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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