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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석 목걸이와 ‘관봉권’ 돈다발, 이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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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석 목걸이와 ‘관봉권’ 돈다발, 이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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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건진법사 전성배씨 사이의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의 사저에 대해 압수 수색에 들어간 30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건진법사 전성배씨 사이의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윤 전 대통령의 사저에 대해 압수 수색에 들어간 30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연합뉴스


서울남부지검이 3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초동 사저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김 여사와 ‘건진 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성배씨 간의 각종 이권·인사 청탁 관련 수사라고 한다. 윤 전 대통령 파면 26일 만에 수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22년 전성배씨가 김 여사에게 줄 선물 명목으로 통일교 전 간부로부터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전씨는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실제 김 여사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전씨가 해외 사업을 추진하던 통일교 전 간부와 대통령 부부 만남을 주선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 사실이면 중범죄다.

전성배씨 집 압수 수색에선 ‘한국은행’이라고 적힌 비닐로 포장된 5000만원 돈다발도 나왔다. 한은이 금융기관으로 신권을 보낼 때 포장하는 방식으로 ‘관봉권’이라고 불린다.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전씨는 ‘기도비로 받았는데 준 사람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시중에선 구경하기 힘든 ‘관봉권’을 일반인이 어떻게 구할 수 있나. ‘관봉권’ 비닐에는 기기 번호·담당자·일련 번호와 함께 윤 전 대통령 취임 3일 후인 ‘2022년 5월 13일’이란 날짜가 찍혀 있다고 한다.

전씨 딸도 2022년 전씨에게 “아빠, 대통령실로 공문 발송했다고 합니다. 어제 통화한 행정관이랑 소통하고 있다고 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전씨는 “직접 소통하면 돼. 신 행정관은 찰리가 관리하는데 언제든지 쓸 수 있어”라고 답했다. 찰리는 전씨 처남의 별칭이라고 한다. 무속인 가족까지 대통령실과 연락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전씨는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고문으로 있었다. 전씨 딸도 이곳 일을 했다고 한다. 이력과 정체가 불분명한데도 윤석열 대선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하게 된 고리가 김 여사였을 것이다. 네트워크본부 사무실을 방문한 윤 후보를 안내하며 등과 어깨에 손을 얹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대선 경선이 끝난 후 전씨와 교류를 부인했지만 윤 정권 초부터 용산 주변에선 “천공보다 건진이 더 문제”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았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건진법사가 (총선) 공천 줬다더라”고 말한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부부 주변에는 역술인·무속인·법사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을 둘러싼 소문들은 하나둘 사실로 드러났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일들이 다이아몬드 목걸이에 ‘관봉권’ 돈다발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철저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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