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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발등 찍은 관세전쟁... 美 1분기 성장률 -0.3%

조선일보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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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트럼프 취임 100일]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를 찾아 지지자들과 만났다./EPA 연합뉴스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를 찾아 지지자들과 만났다./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의 첫 경제 성적표인 지난 1분기(1~3월)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지난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트럼프가 촉발한 관세 전쟁이 상대 국가뿐 아니라 미국 경제까지 충격을 준 것이 지표로 확인됐다.

미 상무부는 30일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직전 분기보다 0.3%(분기 성장률을 연간으로 환산한 연율 기준)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가(街)의 전망치(0.4%)보다 0.7%포인트 낮고, 작년 4분기 성장률(2.4%)보다는 2.7%포인트 급락했다. 미국 분기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2년 1분기(-1%) 이후 3년 만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 부진 속에서도 ‘나 홀로 호황’을 누려왔던 미국 경제가 트럼프 2기가 시작되자마자 침체로 돌아선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미국 경제의 갑작스러운 부진은 트럼프의 관세 전쟁 영향이라고 주요 외신은 분석했다. 성장률을 깎아먹은 주범이 무역 적자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1분기 민간 소비는 전 분기보다 1.8% 늘어나며 선방했지만, 수입이 41.3%나 급증했다. 전날 발표된 3월 미국 상품 무역 적자는 1620억달러(약 232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의 무역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상호 관세가 본격화된 4월 이전에) 미리 수입품을 비축하면서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순수출(수출-수입)은 소비, 기업 투자, 정부 지출과 함께 GDP를 결정하는 네 요소 중 하나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마이너스 성장은 연방준비제도가 코로나 사태 이후 3년여 만에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한 2022년 1분기에만 발생했던 극히 드문 사례”라며 “만약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경우 미국은 경기 침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고 전했다.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재정을 삭감하면서 정부지출이 감소한 것도 성장률을 갉아먹었다.

◇오락가락 트럼프 관세, 중국만 빼고 유예 또 유예

트럼프는 지난 29일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에서 취임 100일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제 충격 우려가 번지는 가운데 그는 지지자들과 만나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자신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동차 제조 업체들 모두가 관세 정책 덕분에 미시간으로 돌아와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고 여러분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의 한 실내 체육관 내 ‘위대한 100일(100 days of greatness)’이라고 적힌 화면 앞에서 몸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의 한 실내 체육관 내 ‘위대한 100일(100 days of greatness)’이라고 적힌 화면 앞에서 몸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트럼프가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워싱턴 DC에서 이루어진 가장 심오한 변화를 100일 만에 이뤄냈다. 나는 중국 대신 미시간과 미국을 우선한다”고 말한 순간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행사장인 머콤 커뮤니티칼리지 스포츠 센터 인근 여러 곳에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표지판이 걸렸다.


미시간은 자동차, 기계 산업과 금속 가공 등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한 지역이다. 트럼프는 이를 의식한 듯 자신의 정책이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고 제조업을 부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앞서 공개된 ABC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자화자찬이 이어졌다. 그는 중국에 총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과 관련해 “그들은 그것을 받아 마땅하다”면서 “중국은 아마도 (미국의) 관세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연설에 앞서 미 상무부는 이날 오전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일부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적용하기 시작했고, 오는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에도 25%를 부과할 예정이다. 그런데 부품 관세 시행 직전에 완화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조립·생산된 차량에 대해 제조 업체는 차량 가격의 15%에 해당하는 크레디트(금액)를 받아 부품 관세 일부를 상쇄할 수 있게 된다. 크레디트만큼은 관세 없이 외국산 부품을 수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차량 가격이 1만달러라면 최대 1500달러어치 부품에 대해서는 25% 관세가 면제된다. 첫해에 차량 가격의 15%, 2년 차에는 10%의 크레디트가 주어지며 이후 혜택이 종료된다. 그 안에 부품 공급망을 미국으로 이전하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또 자동차 및 부품 관세,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캐나다·멕시코에 부과한 관세는 중복해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여러 종류의 관세가 중복 부과된다는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 1월 20일 출범 이후 100일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인 트럼프 행정부의 후퇴는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역에서 각종 유예·예외 조치를 거듭했다. 트럼프는 지난 2월 1일 캐나다·멕시코산 수입품 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시행을 하루 앞둔 2월 3일 이를 30일간 유예했다. 이 관세는 유예 기간이 만료된 3월 4일 발효됐지만,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지난달 초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상호 관세도 유예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포함, 57국에 10~50%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발표 다음 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3조1000억달러(약 4500조원)가 사라지는 등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다. 결국 트럼프는 “90일간 관세를 유예한다”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는 3월 발효됐지만 트럼프는 자동차·부품 관세와 중복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전 세계 수입품에 부과하는 기본 관세(10%)의 경우 이미 그만큼을 내고 있던 국가도 적지 않아 실제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이 성공적으로 작동 중이며 그 덕에 미국 경제가 부흥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주식·국채·달러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등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하면서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오락가락했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식 등의 가치가 더 내려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분기 경제성장률까지 마이너스로 나오면서 트럼프가 전방위적으로 밀어붙이는 관세 전쟁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많은 투자은행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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