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3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규제혁신 현장 소통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진행 중인 ‘관세 협상’의 미국 쪽 책임자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29일(현지시각) 한국 정부가 미국과 협상 결과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무역협상의 틀(framework)”을 갖기 원하고, “더 간절히(keen) 대화에 나서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베선트 장관이 말한 ‘무역협상의 틀’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7월 패키지’ 등 향후 ‘협상 계획’을 뜻하는 것이라 이해하는 게 자연스럽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위해 협상을 서둘러, 차기 정부의 운신의 폭을 크게 좁히고, 마침내 국익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취임 100일째를 맞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거 일정 때문에 한국 등과 빨리 협상 결과를 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오히려 반대다. 이 정부들은 선거 전에 미국과 성공적으로 협상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과 무역협상의 기본 틀(framework)을 갖기 원한다. 협상 테이블에 더 적극 나서 일을 끝낸 뒤 이를 토대로 선거운동을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발언이 공개된 뒤 정부는 “‘대선 전에 미국과 협상의 틀을 마무리 짓고 그다음 선거운동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미국에도 큰 골칫거리인 관세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려는 ‘미 국내정치용’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협상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 국가 가운데 우리가 가장 먼저 미국이 제시한 협상 틀을 받아들인 것은 사실이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성급한 ‘상호 관세’ 부과로 궁지에 몰린 미국의 상황을 적극 활용해 일본 등 주변국과 보조를 맞추는 게 나았을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은 28일 시엔비시(CNBC) 인터뷰에선 “우리에겐 표준화된 모형(template)이 있다”며 협상 진척이 가장 빠른 나라로 인도와 한국을 꼽았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 채비와 한-미 관세협상을 동시에 진행할 때부터 이런 일은 예견됐다. 한 대행은 29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대표단은 향후 협의의 기본 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그간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대로 가다간 차기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이 주도하는 ‘표준화된 모형’의 틀 안에서 몇몇 수치를 개선하는 소극적 역할에 머무르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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