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주기 의회 제출 보고서 사실상 중단
취임 후 삭제된 정부기관 사이트 페이지 1000여개 달해
상당수가 기후변화·환경 내용
취임 후 삭제된 정부기관 사이트 페이지 1000여개 달해
상당수가 기후변화·환경 내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당시인 2017년 6월1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보고서를 작성하는 연구진을 전원 해임했다.
미 CNN방송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국가기후평가 보고서 작성에 관여하는 연구진 포함 400명 정도의 관련 인력이 최근 모두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정부 기관 소속 과학자와 외부 연구진이 함께 작성하는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과 위험, 정부 대응 등을 망라한 포괄적 보고서다. 미국 도시 인근의 해수면 상승 속도, 지역별 정상 강수량, 지역별 산불 발생 빈도와 대응 요령 등 시민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관련 정보가 실린다. 4년 주기로 의회에 제출되며, 연구진은 2027년 6차 보고서 발간을 준비 중이었다. 데이브 화이트 애리조나주립대 지속가능성 연구소 연구원은 NPR에 “이 보고서는 상수도 시설 관리 당국이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활용하고, 각 초등학교에서 아이들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단순 보고서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를 지켜봐 온 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폭염과 산불, 가뭄과 홍수 등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스틴 멀베이니 새너제이 주립대 교수는 “이 보고서가 나오지 않으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극단적 날씨와 산불, 해수면 상승 등에 대한 대비가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앞서 4차례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기후 과학자 케서린 헤이호는 LA타임스에 “기후변화는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이 정보가 없다면 미래는 훨씬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했다.
취임 후 트럼프 행정부가 삭제한 정부 기관 홈페이지 사이트 페이지가 1000여개에 달하며, 특히 기후변화와 환경에 관한 내용이 많이 지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지난달 하순까지 미국 정부 기관 약 90곳 웹사이트에서 1000여 페이지가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같은 기간 삭제한 약 120 페이지의 8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삭제한 온라인 정보를 분야별로 보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기후변화, 역대 정권 정책, 환경, 노동 순으로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 강성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의회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사건 관련 자료도 삭제됐다. 닛케이는 “조사 대상은 정부 기관 사이트 일부로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며 공공 정보 삭제는 국민 알 권리를 빼앗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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