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의 허정윤 작가
※최근 출간된 허정윤(46) 작가의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김유대(51) 작가의 그림책 '이런, 멋쟁이들!'은 작은 아이들을 위한 큰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 주목한 두 작가는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큰 세상을 맘껏 부려냈다. 두 작가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 눈에 자꾸 들어옵니다. 단물이 빠졌다고 버려진 풍선껌 '껌지'와 단짝인 껌종이 '딱지'처럼요. 누구에게나 껌딱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단물이 빠졌다고 끝나버리는 관계가 아니라 끝까지 서로를 놓지 않는 친구요."
지난 18일 서울 강북구의 허정윤 작가 작업실 곳곳에는 껌지와 딱지의 흔적이 여전했다. 껌지와 딱지는 허 작가의 근작인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의 주인공. 허 작가는 그림책 속 모든 장면을 손수 제작한다. 껌지는 분홍색 클레이(점토)를 손으로 조물조물 빚어 만들었다. 마음에 드는 하나를 위해 무려 500여 개를 만들고 버렸다. 그림책이라는 평면 공간 안에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이유다.
책 속 배경이 되는 '껌지 마을' 역시 그가 설계하고 지었다. 빵집, 옷감 상점, 미술관, 꽃집, 발레리나 의상점, 가방 가게, 신발 가게, 인형 가게, 미술용품점까지. 클레이와 종이, 나무, 펠트 등을 수백 번 자르고 이어 붙였다. 잘 보이지 않는 건물 안쪽은 물론 조명, 신발, 가구, 액자 등 소품 하나 대충한 게 없다. 그림책 판형에 맞춰 작게 담았지만, 실물은 압도적인 규모와 정교함을 자랑한다.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마지막 한 장면을 위해 만들었다"는 게 놀랍다. 장인의 정신이다.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의 허정윤 작가
※최근 출간된 허정윤(46) 작가의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김유대(51) 작가의 그림책 '이런, 멋쟁이들!'은 작은 아이들을 위한 큰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작고 하찮은 것들"에 주목한 두 작가는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큰 세상을 맘껏 부려냈다. 두 작가의 작업실을 직접 찾아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정윤 작가가 5년 넘게 공들여 만든 그림책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의 배경이 된 '껌지 마을'을 뒤로 한 채 미소짓고 있다. 강예진 기자 |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 눈에 자꾸 들어옵니다. 단물이 빠졌다고 버려진 풍선껌 '껌지'와 단짝인 껌종이 '딱지'처럼요. 누구에게나 껌딱지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단물이 빠졌다고 끝나버리는 관계가 아니라 끝까지 서로를 놓지 않는 친구요."
지난 18일 서울 강북구의 허정윤 작가 작업실 곳곳에는 껌지와 딱지의 흔적이 여전했다. 껌지와 딱지는 허 작가의 근작인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의 주인공. 허 작가는 그림책 속 모든 장면을 손수 제작한다. 껌지는 분홍색 클레이(점토)를 손으로 조물조물 빚어 만들었다. 마음에 드는 하나를 위해 무려 500여 개를 만들고 버렸다. 그림책이라는 평면 공간 안에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이유다.
책 속 배경이 되는 '껌지 마을' 역시 그가 설계하고 지었다. 빵집, 옷감 상점, 미술관, 꽃집, 발레리나 의상점, 가방 가게, 신발 가게, 인형 가게, 미술용품점까지. 클레이와 종이, 나무, 펠트 등을 수백 번 자르고 이어 붙였다. 잘 보이지 않는 건물 안쪽은 물론 조명, 신발, 가구, 액자 등 소품 하나 대충한 게 없다. 그림책 판형에 맞춰 작게 담았지만, 실물은 압도적인 규모와 정교함을 자랑한다.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마지막 한 장면을 위해 만들었다"는 게 놀랍다. 장인의 정신이다.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의 마지막 장. 이 한 장면을 위해 허정윤 작가는 '껌지 마을'을 지었다. 웅진주니어 제공 |
불밝힌 '껌지 마을' 전경. 웅진주니어 제공 |
"제 성격이 아니다 싶으면 가차 없어요. 0.01의 아주 미묘한 차이도 너무 커 보이거든요. 껌지 마을도 만들면서 싹 갈아엎은 것만 몇 번인지 몰라요. 대신 그렇게 나온 작품이 훨씬 좋죠." 덕분에 손목터널증후군과 건초염, 근막통증증후군을 직업병으로 달고 산다. 허 작가는 "0.01의 차이를 보기 위해 손이 막 움직인다"며 "좋아하지 않으면 절대 이렇게 못한다"고 했다.
허정윤 작가가 클레이로 정교하고 섬세하게 만들어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에서 선보인 다양한 소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
그가 클레이 아트를 작업에 접목한 건 2016년 첫선을 보인 '코딱지 코지' 시리즈부터다. 콧구멍을 탈출한 코딱지 '코지'의 모험담을 그린 이 시리즈는 2023년 펴낸 '코딱지 코지의 벚꽃 소풍'까지 총 4권이 나와 있다. 이때도 노란 점토로 빚은 '코지'부터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 모두를 제작했으니, 그 규모만도 어마어마하다. 이사할 때 5톤 트럭을 불렀을 정도다. 작업실에 둘 수 없어 서울 동작구 상도동과 경기 파주시, 강원 양양시의 모처에 나눠 보관 중이다. 그는 "실험적이고 해보지 못했던 작업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림책은 살아갈 힘을 준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소중한 어린이 독자들에게 책을 바치며 한마디. "우리 오늘부터 껌딱지 되는 거다!"
껌딱지 친구, 껌지와 딱지·허정윤 지음·웅진주니어 발행·48쪽·1만6,800원 |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