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할 때는 종합적인 지표에서 오타니 쪽의 근소한 우위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오타니가 지난해는 타격에만 전념하자 ‘이도류’ 계급장을 뗀 정면 대결이 벌어졌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성적을 거뒀기에 논쟁의 무게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
단순한 득점 생산력 자체만 놓고 보면 저지가 조금 낫다는 시선이 있었다. 저지는 지난해 158경기에서 타율 0.322, 출루율 0.458, 58홈런, 1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59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를 평정했다.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오타니 쪽으로 더 쏠리는 감이 있었다. 오타니 또한 159경기에서 타율 0.310, 54홈런, 130타점, OPS 1.036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저지는 하지 못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 50홈런-50도루 클럽을 활짝 열었다.
하지만 올해는 두 선수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타니도 잘하고 있지만, 저지가 역대급 시즌을 써내려가고 있어서다. 뉴욕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은 존 헤이먼은 지난 27일(한국시간) 저지가 오타니를 완전하게 제쳤다고 단언했다. 지금까지는 ‘천상계’에 두 명의 선수가 나란히 있었지만, 저지가 더 치고 올라가면서 오타니를 ‘인간계’로 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이적인 시즌 출발이다. 저지는 시즌 첫 29경기에서 타율 0.405, 출루율 0.496, 장타율 0.703, 8홈런, 28타점, OPS 1.199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홈런도 많이 나오고, 여기에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도 불구하고 무리하지 않으며 안타도 많이 만든다. “저지의 눈에 이상이 생겼다”는 분석이 쏟아졌을 정도로 저조한 출발을 보였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르다. 타격의 경지에 올랐다는 호평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집계에 따르면 저지의 조정득점생산력(wRC+)은 28일까지 무려 247에 이른다. 오타니 또한 151로 훌륭한 성적이지만 차이가 엄청 벌어졌다. 저지는 이미 wRC+ 200 이상을 기록한 시즌이 두 차례(2022년 206, 2024년 218)나 된다. 그런데 올해 출발은 그때보다 훨씬 더 좋다. 슬럼프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장타가 없으면 안타도 뚝딱 만들어낸다. 올해 저지가 역사적인 시즌을 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저지의 4할 타율 수성 가능성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결국 어려운 목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또 못할 것도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이저리그 네트워크의 진행자인 그렉 암싱어는 마지막 4할 타자(1941년)인 테드 윌리엄스도 첫 25경기에서 타율 0.369에 5홈런을 기록했다면서 저지의 페이스가 당시 윌리엄스보다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지가 시즌 종료 때 4할이 넘는 타율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9월 1일까지 토니 그윈, 스즈키 이치로처럼 0.386의 타율만 유지하고 있으면 (막판 활약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저지는 홈런 타자이기 때문에 홈런을 더 치는 게 쉽지, 4할 타율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이라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그 정도로 빼어난 타격을 하고 있다. 전설로 남을 시즌이 제작 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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