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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사모님 수영장 접수, 앵무새장 구입…수도군단장 갑질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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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사모님 수영장 접수, 앵무새장 구입…수도군단장 갑질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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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가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의 갑질을 폭로하고 있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군인권센터가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의 갑질을 폭로하고 있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똘이하고 키위(반려동물) 밥을 줘야 하는데. 전화를 아무 때나 와이프한테 주면 ‘요거는 이렇게 좀 해줘’라고 부탁 좀 할게.”(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



반려동물 밥 챙기기부터 사모님 아쿠아로빅 등록하기, 관사 화단 가꾸기, 자녀 결혼식 보조에 이르기까지.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중장)이 부사관 등 비서실 소속 군인들에게 업무와 무관한 각종 개인 용무를 맡기는 등 황당한 갑질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군단장과 ‘사모님’이 건넨 말의 외양은 ‘부탁’이었지만 하급자에게는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과 그 가족이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행한 갑질 피해에 대한 복수의 제보를 접수했다”며 이런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과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군인권센터가 밝힌 제보 내용을 보면, 박 군단장은 자신과 가족의 자잘한 생활 속 잡무를 비서실 소속 군인들에게 맡긴 것으로 보인다. 박 군단장은 지난해 3월 ㄱ부사관에게 “너희 사모님이 무릎이 안 좋아서 운동을 해야 하니 좀 알아 오라”며 수영장 아쿠아로빅 접수 방법 확인과 대리 신청을 지시했다. 신청을 위해선 현장 접수가 필요했기에 ㄱ부사관은 새벽 4시부터 현장에서 줄을 서야 했다. 이날 공개된 음성 파일에는 당시 박 군단장 아내가 ㄱ부사관에게 “월·수·금이 되면 1안인데” “딱 18시가 좋은 거예요”라며 원하는 수업 시간을 지시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축구·야구 등 운동 경기 브이아이피(VIP) 티켓 확보, 야구 점퍼 구매 등 박 군단장의 취미 생활에도 비서실 소속 군인들이 동원됐다고 한다. 군인권센터가 이날 공개한 통화 녹음에는 앵무새를 키우는 박 군단장이 ㄱ부사관을 시켜 중고거래로 새장을 대신 구매하는 내용도 있었다. 박 군단장은 새장 크기와 형태를 꼼꼼히 확인한 뒤 “좀 안 깎아준대?”라며 에누리까지 지시했다. 또 박 군단장 자녀 결혼식에서 운전, 하객 수 확인, 자리 안내, 짐 나르기 등을 맡겼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주장이다.



군인권센터는 박 군단장의 행태를 두고 “자신의 권력과 권한을 남용해 무분별하고 황당한 사적 지시를 남발하고 자신을 보좌하는 군인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2017년 ‘박찬주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등을 짚으며 “사건이 터지면 모면하기에만 급급하고 뒷수습과 재발 방지에는 관심 없는 군의 고질적 행태가 수도군단장의 갑질 사태를 또다시 야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은 2017년 8월 공관병에 대한 심각한 폭언과 황당한 요구 등이 폭로됐지만 처벌받지 않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육군은 이날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 중”이라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육군본부 감찰조사팀에서 제보 내용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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