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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지' 변했다, 20경기 만에 '낭만야구' 공약 폐기→그래도 최하위 위기

스포티비뉴스 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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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지' 변했다, 20경기 만에 '낭만야구' 공약 폐기→그래도 최하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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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이호준 감독이 취임 전 공약을 폐기했다. "남들이 낭만야구라고 해도 해보겠다"던 몇 가지 구상을 정규시즌 20경기 만에 내려놨다. '해보니 다르더라'라는 게 이유다. NC는 28일까지 10위 키움 히어로즈에 1.0경기 앞선 9위다. 이호준 감독의 '변심'이 순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이호준 감독은 지난 23일 잠실 LG전에 앞서 "감독 되고 느낀 게 뭔가 하나를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을 버리고 선수만 생각하는 야구를 할 것인지, 아니면 무리가 되더라도 승리를 챙길 때는 챙기는 야구를 해야할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TV에서 본 롯데의 연투 관련 기록이 이호준 감독의 마음에 와닿은 모양이다. 그는 "우연히 TV를 봤는데 롯데는 연투도 많고 3연투도 많고 그런 내용이 나오더라. 나보다 훨씬 경험 많은 감독님도 그렇게 하시는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지도 알고. 그 흐름, 분위기를 계속 갖고 가고 싶은 생각이 아닐까 싶었다. 잘 던지고 있을 때 계속 던지고, (컨디션이) 좀 떨어지면 쉬게 해주고 이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직 3연투도 없고 연투도 조심스럽게, 투구 수를 관리하면서 하고 있다. 이제 조금 생각이 바뀌고 있다. 무리해야 할 때는 무리하자. 100% 전력으로 해도 이길까 말까 하는데 우리가 여유를 부릴 전력은 아니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전력으로 가야할 때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호준 감독이 '무리하겠다'고 말한 시점은 NC가 정규시즌 20경기를 치른 시점이었다. 창원NC파크 인명사고로 인해 다른 팀보다 경기 수가 적었다. 22일까지 가장 많은 경기를 마친 팀은 키움 히어로즈로 26경기를 치렀다. NC는 그보다 6경기나 적다.

경기 수가 적었다는 것은 곧 불펜 운영에서 압박감을 느낄 상황 자체가 적었다는 뜻이다. 당시의 NC는 일주일 6연전을 단 한 번만 겪었다. 3월 마지막 주 29일에 사고가 벌어져 30일 일요일 경기가 취소돼 주5일만 경기했다. 이어 4월 첫 3연전은 취소돼 일주일 동안 세 경기만 치렀고, 8일부터 13일까지가 첫 6연전이었다. 이어 15일부터 17일까지 3연전이 또 취소되고 주말 3연전만 치렀다.


이호준 감독은 연투 문제로 불펜 운영에 애를 먹은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3연투 불사'를 선언한 것이다. 정작 이호준 감독이 이제는 관리보다 이기는 운영을 하겠다고 밝힌 뒤 NC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전보다 더 나빠졌다. 4월 22일까지 5.38이었던 불펜 평균자책점이 그 뒤로 5경기에서는 무려 8.10에 달했다.



끌려가는 경기에서 이른바 '추격조'나 '패전조' 선수들이 나와서 오른 수치가 아니다. 이 5경기 동안 손주환이 3경기 3⅓이닝 13.50, 한재승이 3경기 2⅓이닝 7.71, 전사민이 2경기 2⅓이닝 7.71을 기록했다. 손주환과 전사민은 이호준 감독이 가장 믿는 불펜투수로 보인다. 나란히 NC의 25경기 가운데 13경기에 등판했다. 연투도 3차례로 가장 많았다.

손주환의 직구 평균 구속은 3월까지만 해도 147㎞를 상회했는데 4월말 3경기에서는 전부 146㎞대로 내려왔다. 전사민은 구속은 유지하고 있지만 실점하는 경기가 늘어나고 있다. 개막 후 첫 6경기에서는 1경기에서만 실점했는데(3월 22일 KIA전 4실점), 이후 7경기 가운데 5경기에서 실점했다. 전사민은 최근 7경기에서 연투를 하지 않았는데도 세 번에 두 번은 실점하는 중이다.


NC의 시즌 첫 3연투는 최성영이 했다. 시범경기에서는 선발로 나왔고, 정규시즌 첫 등판도 선발투수로 했던 왼손투수다. 그런데 지금은 원포인트 릴리프가 됐다. 22일부터 24일까지 LG와 3연전에 매일 등판해 한 타자, 두 타자, 한 타자를 상대했다.

따지고 보면 NC의 낮은 승률은 불펜이 불안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5.99로 최하위고 선발투수의 경기당 투구 이닝도 4⅓이닝 수준으로 가장 적다. 외국인 투수의 몫도 크지 않다. 로건 앨런이 6경기 30⅔이닝, 라일리 톰슨이 6경기 31⅔이닝으로 평균 5이닝을 조금 넘겼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팀 타율 0.245로 6위, OPS 0.707로 6위에 그치고 있다. 28일에는 야수 파트 코칭스태프 보직 개편까지 있었다. 구단은 "야수 파트 유망주 육성을 강화하고, 코치진 간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구축해 팀 전력 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NC의 경기력 문제는 사실상 원정경기였던 사직 홈경기를 포함해 한 달이나 떠돌이 생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가는 면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답을 '불펜 연투'에서 찾을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호준 감독이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했던 팀 모두 불펜 관리에 신경을 쓰는 팀이었다는 데 있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NC는 연투 314회(4위, 1위 두산 360회) 3연투 30회(6위, 1위 롯데 KIA 38회), 2022년부터 2024년의 LG는 연투 338회(7위, 1위 롯데 387회) 3연투 18회(8위, 1위 롯데 53회)를 기록했다.

이 기간 합산 성적은 NC가 4위(177승 8무 143패 승률 0.553), LG가 1위(198승 6무 134패, 0.596)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NC도,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LG도 아낌없는 불펜 사용으로 승리의 탑을 쌓은 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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