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심 대란]
매장마다 교체 원하는 가입자 북적
보유 재고는 오전에 일찌감치 소진… 온라인 동시접속 50만명 넘게 몰려
해킹 데이터 9.7GB ‘52억자 용량’… 교체안내 빙자한 ‘피싱문자’ 주의를
매장마다 교체 원하는 가입자 북적
보유 재고는 오전에 일찌감치 소진… 온라인 동시접속 50만명 넘게 몰려
해킹 데이터 9.7GB ‘52억자 용량’… 교체안내 빙자한 ‘피싱문자’ 주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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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T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상 교체를 받기 위해 방문한 가입자들에게 한 직원이 재고가 없다는 뜻의 ‘엑스’ 손짓을 취하고 있다. 매장 앞에도 ‘유심 재고 소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오늘은 유심 재고가 없습니다. 온라인 예약만 가능합니다.”
2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SK텔레콤 대리점 앞에 유심을 교체하려는 고객 3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이날 오전 이 매장이 보유한 유심 재고가 모두 소진돼 오후에 온 소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다 돌아가야 했다.
직원들이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예약법을 계속해서 안내했지만 곳곳에서 “아침부터 미리 안내를 했어야 하지 않나” “미성년자인 아이들은 어떻게 교체하냐” 등 불만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점심식사를 포기하고 대리점을 찾은 이모 씨(49)도 “사람이 많이 올 걸 알았을 텐데 유심을 충분히 확보해 놓았어야 하지 않느냐”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해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볼멘소리로 말했다.
● 온라인 유심 교체 예약 시스템도 ‘먹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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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홈페이지의 ‘유심 교체 온라인 예약 시스템’에 동시 접속자가 50만 명 넘게 몰려 접속 장애가 발생한 모습.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온라인 예약 시스템 접속마저 쉽지 않았다. 이날 오픈한 온라인 예약 시스템은 예약자들이 몰리며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 대리점 직원의 안내로 낮 12시가 넘어 온라인 예약을 시도한 김모 씨(62)도 대기 인원 13만8538명 중에 한 명이었다. 10분 넘게 기다려 가까스로 예약에 성공했지만 ‘예약 완료’ 메시지에도 언제 교체가 가능한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T월드 앱에는 동시 접속자가 50만 명 넘게 몰리기도 했다. 고객센터 역시 연결이 되지 않는 ‘불통’ 상태가 한동안 이어졌다.
당장 SK텔레콤이 확보한 유심 물량은 100만 개에 불과한 탓에 무상 교체 대상인 약 2500만 명이 모두 유심을 바꾸는 데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심 부족이 단기간 내 해결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유영상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유 대표는 본사 직원들에게 업무와 상관없이 대리점 무상 교체 서비스 현장 지원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SK텔레콤은 유심 교체를 완료하지 못한 고객들에게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8일 오후 6시 기준 SK텔레콤 전체 가입자 2300만 명 가운데 741만 명이 이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통신사에도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유심이 부족해 제때 교체를 하지 못했다면 유심보호서비스라도 가입해야 한다. 유심보호서비스가 100% 작동한다면 유심 복제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SK텔레콤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해킹 공격으로 비정상적으로 이동한 데이터가 9.7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 기준 52억 자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구체적인 피해 규모와 해킹 주체 등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짧게는 2,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 혼란 틈탄 악성 공격에 ‘해킹 포비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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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혼란을 틈타 유심 교체 안내메시지를 빙자한 ‘피싱 문자’도 늘어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일부 검색엔진에서 ‘유심 무상 교체’나 ‘유심보호서비스’와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실제 언론 보도의 일부를 인용한 것처럼 보이는 사이트가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비영리 도메인을 거쳐 도박 사이트나 악성 사이트로 연결돼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임직원들의 2차 피해와 그에 따른 기업 중요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SK텔레콤 이용자인 임원들에게 유심 교체를 지시했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사내 공지를 통해 SK텔레콤 유심 교체를 권고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24일 계열사 임원들에게 ‘SK텔레콤 이용자는 유심을 교체하거나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라’고 공지한 바 있다.
해킹 포비아가 확산하면서 진원지인 SK텔레콤의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75% 하락한 5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유심 제조사들과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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