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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100일 앞두고 백악관에 ‘불법 이민자 머그샷’ 전시

조선일보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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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 워싱턴 DC 백악관 앞 잔디밭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들의 사진들이 일렬로 전시돼 있다. /AFP 연합뉴스

28일 미 워싱턴 DC 백악관 앞 잔디밭에 트럼프 행정부에서 체포된 불법 이민자들의 사진들이 일렬로 전시돼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28일 백악관 잔디밭에 불법 이민자들의 ‘머그샷(mugshot·범죄자 식별 사진)’과 범죄 내역을 담은 대형 포스터 약 100장을 일렬로 세워 논란을 빚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이른 새벽부터 ‘체포됨(ARRESTED)’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들을 백악관 진입로 양옆에 설치했다. 포스터에는 이름 없이 사진과 함께 ‘불법 이민자(illegal alien)’라는 문구와 ‘아동 성추행’ ‘1급 살인’ ‘납치 및 강간’ ‘펜타닐 유통’ 같은 범죄 혐의가 적혀 있었다. 백악관 공식 로고도 모든 포스터 하단에 삽입됐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자신의 X계정에 “백악관에서 좋은 아침!”이라는 글과 함께 해당 포스터 영상을 올렸다.

이러한 머그샷 전시는 미 방송사들이 백악관을 배경으로 생중계하는 ‘페블 비치(Pebble Beach)’ 구역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기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TV 기자들이 생방송하는 화면 뒤에 이 포스터들이 보이도록 배치했다”고 밝혔다고 미 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가 취임 이후 100일 동안 강조해 온 불법 이민자들의 대대적인 단속 성과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올 초 취임 이후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여, 테러 연루 혐의자 219명을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2024년 같은 기간 29명 대비 655%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백악관의 이번 행보를 선정적이며 ‘분열을 조장하는 쇼’라고 평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구체적인 체포 일자, 정확한 범죄 사실, 재판 결과 없이 얼굴과 혐의만 부각하는 것은 공공의 불안을 자극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민자 전체를 범죄자로 몰아가려는 프레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의 취임 100일 국정 지지율이 8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사실상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업적’을 부각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트럼프가 이처럼 자극적인 방식으로 취임 100일을 기념하려 한 것은, 경제·외교·국내 정책 등 다른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한 현실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ABC뉴스·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5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의 직무 수행 지지율은 39%로 1945년 이후 역대 취임 100일을 맞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저치는 트럼프 1기 집권 때인 2017년 42%로, 자신의 취임 100일 최저치 지지율 기록을 집권 2기에서 스스로 깬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X 공식 계정에 “우리는 너희(불법 이민자)를 사냥할 것이다. 너희는 정의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 너희는 추방될 것이며, 그리고 다시는 미국 땅을 밟지 못할 것”이라며 “너희 머그샷은 백악관 마당 표지판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뉴스위크는 “이민 문제에 대한 트럼프의 지지율조차 최근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강경한 불법 이민 단속이 초기에 지지를 모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반발 여론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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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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