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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2부, 렉섬 3년 연속 미친 승격!" 스타 구단주가 그리는 영화보다 뜨거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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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2부, 렉섬 3년 연속 미친 승격!" 스타 구단주가 그리는 영화보다 뜨거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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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명문, 할리우드 스타 구단주 품에서 부활
선수단 투자, 지역 밀착, 글로벌 마케팅 삼박자
5부→2부까지 승격 신화... 프리미어리그 꿈도 본격 시동
26일 웨일스 렉섬의 러이스코스 그라운드에서 열린 찰턴 애슬레틱과의 홈 경기에서 승리한 후 주장 제임스 맥클린이 트로피를 들고 승격을 자축하고 있다. 렉섬=AP 연합뉴스

26일 웨일스 렉섬의 러이스코스 그라운드에서 열린 찰턴 애슬레틱과의 홈 경기에서 승리한 후 주장 제임스 맥클린이 트로피를 들고 승격을 자축하고 있다. 렉섬=AP 연합뉴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펼쳐졌다.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와 롭 맥엘헨리가 공동 구단주로 있는 렉섬 AFC가 불과 세 시즌 만에 5부 리그에서 2부 리그까지 승격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렉섬은 지난 26일(현지 시간) 영국 웨일스 렉섬의 레이스코스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5시즌 리그1(3부 리그) 45라운드에서 찰턴 애슬레틱을 3-0으로 완파했다. 이 승리로 렉섬은 승점 89점(26승 11무 8패)을 기록,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2위를 확정하고 2부 리그 챔피언십 승격을 결정지었다.

1864년 창단한 렉섬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축구팀이다. 그러나 1981~82시즌 2부 리그 강등 이후 긴 침체기를 겪었다. 2008년에는 5부 리그까지 떨어졌고, 한때 재정난으로 팬들이 구단을 운영하는 비상 상황도 겪었다. 영광의 역사도, 부침의 고통도 함께한 도시와 팬들에게 이번 승격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렉섬의 공동 구단주 라이언 레이놀즈(왼쪽)와 롭 맥엘헨리(오른쪽)가 경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렉섬=AP 연합뉴스

렉섬의 공동 구단주 라이언 레이놀즈(왼쪽)와 롭 맥엘헨리(오른쪽)가 경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렉섬=AP 연합뉴스


렉섬의 새로운 역사는 2021년 2월 시작됐다. ‘데드풀’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레이놀즈와 인기 코미디 드라마 '필라델피아는 항상 맑음'의 배우 맥엘핸리가 약 250만 달러(약 36억원)에 렉섬을 공동 인수했다. 축구 경험이 거의 없었던 두 스타는 “구단의 팬들과 지역사회에 매료됐다”며 인수 배경을 밝혔다. 레이놀즈는 “이건 단순한 투자나 사업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이야기 만들기”라고 말했다.

구단주들은 단순한 홍보용 ‘간판’이 아니었다. 이들은 훈련장과 경기장을 개보수하고, 전문 경영진을 영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선수 영입에도 적극적이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웰컴 투 렉섬'을 통해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끌면서,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나타났다. 렉섬은 2022~23시즌 내셔널리그(5부) 우승으로 리그2(4부) 승격을 이뤘다. 이어 2023~24시즌 리그2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며 리그1(3부)로 올라섰다. 그리고 이번 시즌, 리그1 2위로 챔피언십(2부) 승격이라는 대기록을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렉섬은 잉글랜드 상위 5개 디비전(프리미어리그~내셔널리그) 역사상 최초로 세 시즌 연속 승격을 이룬 팀이 됐다. 불과 몇 년 전까지 5부 리그에서 고전하던 클럽이 거둔 성과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재정적 성장도 눈부셨다. 지난해 6월 30일 기준 회계연도에서 렉섬은 3,560만 달러(약 486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55% 급증한 수치다. 구단 매출의 52.1%는 영국 외 지역, 특히 북미 시장에서 발생했다. 다큐멘터리와 글로벌 마케팅 효과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챔피언십 승격은 추가 성장도 예고하고 있다. 렉섬은 방송 중계권 수익만으로 약 800만 파운드(약 137억원)를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구단은 현재 1만3,341석인 레이스코스 그라운드를 장기적으로 5만5,000석까지 확장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1부인 프리미어리그(EPL)를 염두에 둔 초대형 프로젝트다.

렉섬의 기적은 단순한 스포츠 성공담을 넘어선다. 쇠락했던 도시가 하나의 구단을 중심으로 다시 꿈꾸게 됐다. 오랜 시간 팀을 지켜온 팬들과 스타 구단주들이 함께 써 내려간 서사는 축구가 가진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이승훈 인턴 기자 djy9367@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