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전날 차량 돌진 사고가 일어난 장소에서 경찰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캐나다 밴쿠버에서 지역 축제 도중 차량이 인파로 돌진해 5살 아이 등 최소 11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일부는 위독한 상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경찰은 26일 저녁 8시께(이하 현지시각) 밴쿠버에서 열린 필리핀 축제 도중 검은색 아우디 스포츠유틸리티(SUV)차량이 축제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돌진해 11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5살에서 65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다쳤으며 아직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피해자들도 있다고 스티브 라이 밴쿠버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밝혔다. 그는 “밴쿠버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이라며 “수십명이 더 다쳤으며 일부는 중상이어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의자는 밴쿠버 출신 남성 카이지 아담 로(30)로, 현장에서 검거됐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종교적이거나 정치적 테러라기보다는 정신 건강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용의자가 정신적 문제를 고리로 경찰 및 의료진과 여러 차례 대면한 기록도 확인됐다.
캐나다 밴쿠버 차량 돌진 사고 발생 다음날인 27일 아침, 경찰들이 현장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이 축제는 스페인 식민 시절 맞서 싸웠던 필리핀 원주민 지도자의 이름을 따 기리는 ‘라푸라푸 데이’를 전후해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다. 차량 돌진 당시 축제는 끝나가던 중이었지만, 축제장 뒤쪽 푸드 트럭이 밀집한 지역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어 피해가 컸다. 현장을 목격한 한 기자는 캐나다공영방송(CBC)과 인터뷰에서 “(가해 차량이) 군중을 향해 그대로 달려들어 쳤다. 사람들이 볼링핀처럼 날아갔다. 땅에 주검들이 놓여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행사는 존 올리버 중등학교 교내 그리고 인접한 프레이저 거리에서 열렸으며, 행사 대부분이 교내에서 진행돼 바리케이드를 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켄 심 밴쿠버 시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피해자를 위해 마련된 지원센터에는 연락이 끊긴 친구나 가족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캐나다는 28일 차기 지도자를 뽑는 총선이 치러지는데, 막바지 선거유세 중이던 정치권도 선거 운동을 축소하고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집권 자유당 대표이자 재집권이 유력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깊은 상심을 느낀다”고 애도하는 한편, 예정된 선거 유세를 전면 중단하고 데이비드 이비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주지사, 켄 심 밴쿠버 시장과 긴급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카니의 경쟁자인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도 “필리핀 커뮤니티와 모든 캐나다인이 비극 앞에 하나가 되어 슬픔을 나누고 있다”고 애도했다.
캐나다 밴쿠버 차량 돌진 사망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27일, 사고 장소 근처에 꾸려진 추모 공간에 한 시민이 찾아와 추모 물품을 놓고 기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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