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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이끄는 진짜 주인공…신간 'RNA의 역사'

연합뉴스 임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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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이끄는 진짜 주인공…신간 'RNA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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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의 역사' 표지[세종서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NA의 역사' 표지
[세종서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마침내 RNA가 DNA의 그늘에서 벗어나 엄청난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89년 이른바 '라보자임'(ribozyme)이라고 불리는 RNA의 촉매 작용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분자생물학자 토머스 체크가 신작 'RNA의 역사'(세종서적)로 독자들을 다시 찾았다. 저자는 책에서 과학 혁명의 중심에 선 RNA의 진가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RNA가 유전자 편집, mRNA 백신, 노화 연구 등 현대 생명공학의 전환점마다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풍부한 사례와 실험 스토리를 통해 소개한다.

저자는 생명의 설계도로 추앙받던 DNA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 생명과학의 무대는 RNA가 주도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RNA가 단순한 유전 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생명 현상을 조율하고 혁신하는 주체라고 강조한다. DNA가 '무대 뒤 설계자'라면 RNA는 무대 위에서 활약하는 '지휘자'이자 '연주자'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DNA의 보조 수단으로만 여겨졌던 RNA의 위상이 바뀐 것은 RNA 역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며, 단백질처럼 생화학적 촉매 역할도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면서다. RNA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고, 리보솜과 결합해 단백질을 생산하며, 심지어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의 작동 원리'에도 핵심적으로 작용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복잡한 RNA 작용을 전축이나 워드 프로세서 같은 일상적 사물에 비유해 설명하는 구성도 눈길을 끈다. 리보솜(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소기관)을 전축, mRNA(DNA 유전정보를 리보솜에 전달하는 RNA)를 LP판에 비유하고, 'RNA 스플라이싱'(RNA splicing. RNA 이어 붙이기)을 '복사·붙여넣기' 기능에 빗댄 설명은 책의 백미다.


저자는 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RNA 기반 백신이 전광석화처럼 등장한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말한다. RNA 백신은 수십 년에 걸친 연구의 집적이자 과학적 통찰과 집요한 실험의 결과였다고 강조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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