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한국일보 언론사 이미지

[인터뷰] 미얀마 지진 한 달 "한국 지원에 감사... '혼자 아니다' 느끼게 해 주길"

한국일보
원문보기

[인터뷰] 미얀마 지진 한 달 "한국 지원에 감사... '혼자 아니다' 느끼게 해 주길"

속보
오리온 '오너3세' 담서원 전무, 전략경영본부장 부사장 승진
카니 위그나라자 UNDP 총재보 인터뷰
"국제사회, 미얀마 고통 외면 말아야"
카니 위그나라자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보 겸 아시아·태평양 사무국장이 21일 한국일보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지진을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서 발생한 비극’이라며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카니 위그나라자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보 겸 아시아·태평양 사무국장이 21일 한국일보와 화상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이번 지진을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서 발생한 비극’이라며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규모 7.7의 강진이 미얀마를 강타한 지 한 달(4월 28일). 지진의 참혹함과 현지 시민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국제사회의 기억에서는 점차 잊히고 있다. 발생 직후 쏟아진 각국의 관심과 지원도 서서히 희미해졌다.

카니 위그나라자 유엔개발계획(UNDP) 총재보 겸 아시아·태평양 사무국장은 21일 한국일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을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서 발생한 비극’이라며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미얀마 재난 극복의 시작”이라는 그의 말에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미얀마에 희망과 연대를 보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위그나라자 총재보에게 미얀마 지진 피해 지역 현실과 지난 한 달간의 UNDP 대응, 장기 복구 전망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달 28일 발생한 미얀마 규모 7.7 강진의 '진앙'으로 꼽히는 사가잉에서 3일 주민들이 무너진 집 바로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가잉=허경주 특파원

지난달 28일 발생한 미얀마 규모 7.7 강진의 '진앙'으로 꼽히는 사가잉에서 3일 주민들이 무너진 집 바로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가잉=허경주 특파원


_지진 발생 한 달이 지났다. 미얀마 상황은.

“UNDP는 약 500만 명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추산한다. 가장 큰 지진 피해를 입은 만달레이와 사가잉의 경우 건물의 30~80%가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고, 사실상 지역 전체가 영향을 받았다. 미얀마는 지진 이전에도 오랜 내전으로 취약했다. 인구(약 5,500만 명)의 절반이 빈곤선 이하에 놓였고, 75%는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는 수준으로 살아갔다. 여기에 자연재해까지 더해지면서 절망적인 상황이 됐다. 단순히 건물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 그 자체가 붕괴된 상황이다.”

_피해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인가.

“잔해 제거, 상수도 복구와 식수 공급, 필수 의료서비스와 전력 복구, 주택 재건까지 어느 하나 시급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피해 지역에서 제거돼야 할 잔해만 최소 250만 톤, 트럭 12만5,000대 분량에 달한다. 이를 치우려면 중장비, 대형 트럭, 안전한 도로가 필요하다. 잔해를 치운 뒤 토지 상태를 평가해 주택과 시장, 학교, 진료소를 다시 지어야 한다.”
2일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병상에 누워있다. 만달레이=허경주 특파원

2일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병상에 누워있다. 만달레이=허경주 특파원


_UNDP는 현장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긴급 구조 단계가 지난 뒤 현재는 신속한 복구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식수 정화 장치와 태양광 배터리, 재기를 위한 현금 지원 등 가구 단위 ‘긴급 지원 키트’를 배포하고 있다. 현재까지 5,000여 명에게 전달했지만 최대 50만 명까지 지원할 수 있다. 또 지역 기술자들과 함께 원격 탐지 기술로 주택 피해를 분석하고 주거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지진으로 신분증과 부동산 소유권 등 법적 서류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법률 지원도 제공한다.”


_현지 활동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

“일부 지역은 여전히 여진의 위협이 있고, 도로나 교량도 무너져 피해 지역으로의 물리적 접근이 어려웠다. 전력도 대부분 끊겨 있다. 우리가 태양광 발전과 소규모 수력 발전 등을 긴급 지원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어려운 점은 정치 상황이다. 피해 지역 중 일부는 국가행정위원회(SAC·미얀마 군정 최고 기구)가 아닌 무장 세력이 통제한다. UNDP 등 국제기구는 각 지역의 다양한 주체와 하나하나 접근을 조율해야 한다는 의미다.”
2일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 중북부 만달레이의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시신이 수습된 희생자의 유가족이 구조 대원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만달레이=허경주 특파원

2일 지진 피해를 입은 미얀마 중북부 만달레이의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시신이 수습된 희생자의 유가족이 구조 대원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만달레이=허경주 특파원


_미얀마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재건은 분명히 가능하다. 그러려면 자금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 많은 국제 파트너가 미얀마를 떠났을 때도 한국은 UNDP와 미얀마를 지원해 줬다.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같은 도움으로 UNDP는 전력망 등 인프라를 복원하고, 지역 자재를 활용해 붕괴된 건물을 다시 세우려 노력한다. 다만 이것은 ‘단기 회복’일 뿐이다. 정치적 해결 없이는 이 모든 복구가 지속가능하지 않다. 미얀마 전역에 평화와 정치적 안정이 뒤따라야 진정한 회복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_한국이 미얀마를 도와야 하는 이유는.

“지금 미얀마는 인신매매, 마약 밀매, 사기, 무기 유통 등 각종 불법 활동이 넘쳐난다. 이는 결코 미얀마 내부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오염된 물처럼 불안정은 국경을 넘어 확산된다.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난 앞에 놓인 미얀마인들이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미얀마를 계속 기억하고, 함께 해주길 바란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