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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섬 '백투백투백 승격', EPL 꿈에 다가선 할리우드 스타

중앙일보 박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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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섬 '백투백투백 승격', EPL 꿈에 다가선 할리우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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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프로축구 렉섬의 공동 구단주인 할리우드 배우 레이놀즈(오른쪽)와 매커해니가 26일 팀이 3연속 승격을 이뤄낸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렉섬의 공동 구단주인 할리우드 배우 레이놀즈(오른쪽)와 매커해니가 26일 팀이 3연속 승격을 이뤄낸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화 ‘데드풀’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48·캐나다)가 공동 구단주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그원(3부) 렉섬AFC가 챔피언십(2부)으로 승격했다. 불과 2년 사이에 5부리그→4부→3부→2부까지 3시즌 연속 승격을 이뤄냈는데, 잉글랜드 상위 5개 디비전(1~5부) 역사상 최초다.

렉섬은 27일(한국시간) 영국 웨일스 렉섬의 레이스코스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4시즌 리그1 45라운드 홈경기에서 찰턴 애슬레틱을 3-0으로 꺾었다. 2위를 확정한 렉섬(26승11무8패·승점89)은 일찌감치 우승을 차지한 버밍엄시티(승점102)와 1, 2위에 주어지는 챔피언십 승격 직행권을 따냈다.

렉섬은 남은 한 경기에 관계없이 이미 3위 스톡포트 카운티에 승점 5점 차로 앞섰다. 막판까지 렉섬과 치열하게 2위 경쟁을 펼치던 위컴 원더러스는 4위(승점75)까지 추락했다.

'백 투 백 투 백' 승격을 확정한 렉섬. [사진 렉섬 인스타그램]

'백 투 백 투 백' 승격을 확정한 렉섬. [사진 렉섬 인스타그램]



렉섬은 1982년 강등된 이후 무려 43년 만에 2부리그로 복귀했다. 1864년 창단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축구팀 렉섬은 불과 2년 전까지 세미프로인 내셔널리그(5부) 소속이었다. 2022~23시즌 내셔널리그에서 우승해 리그2(4부)로 승격했고, 2023~24시즌 리그2에서 준우승해 리그1에 올랐다. 불과 2년 만에 5부(내셔널리그)에서 2부로 3연속 승격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1만3천여명의 팬들이 경기장으로 몰려 나왔다. ‘백 투 백 투 백'(back-to-back-to-back, 3연속 승격)’이라고 적힌 배너를 들고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렉섬의 레이놀즈(왼쪽) 구단주가 찰턴전 첫골이 터지자 아내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키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렉섬의 레이놀즈(왼쪽) 구단주가 찰턴전 첫골이 터지자 아내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키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레이놀즈 구단주도 승격이 확정되자 배우인 아내 블레이크 라이블리와 껴안고 키스했다. 놀랍게도 레이놀즈가 렉섬을 인수한 지 불과 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레이놀즈는 2020년말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으로 유명한 배우 롭 매커헤니(47)의 꼬드김으로 렉섬 지분을 공동 인수했다. 축구 다큐멘터리 ‘죽어도 선덜랜드’를 본 게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스포츠에는 없는 잉글랜드 축구 승강제에 매력을 느꼈다. 구단 경영권을 갖고 있던 팬 모임 ‘렉섬 서포터스 트러스트’의 특별 총회에서 98%에 달하는 찬성표를 받아 인수가 확정됐다.

레이놀즈의 인수 당시 200만 파운드(약 38억원)였던 렉섬의 구단 가치는 현재 1억 파운드(약 1900억원)로 뛰었다. 지난해 매출은 2670만 파운드(508억원)로 전년 대비 155% 성장했다. 구단의 급성장은 시즌4 개봉을 앞둔 디즈니플러스의 다큐멘터리 ‘웰컴 투 렉섬’의 세계적 흥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할리우드 스타가 노동자 팬이 중심인 축구단을 인수해 운영하는 스토리다. 레이놀즈와 렉섬 구단의 사연 그 자체다.

디즈니플러스 다큐 ‘웰컴 투 렉섬’ 포스터. [사진 FX]

디즈니플러스 다큐 ‘웰컴 투 렉섬’ 포스터. [사진 FX]



구단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300만(합계)에 육박한다. 유나이티드 항공과 HP 등이 스폰서로 나섰고, 선수들은 최근 라커룸에서 커피 광고도 찍었다. 렉섬은 늘어난 수입으로 전 선덜랜드 공격수 스티븐 플레처, 아스널 골키퍼 아서 오콘코 등 EPL 출신 선수도 영입했다. 3부리그팀 기준으로는 어머어마한 이적료인 200만 파운드(38억원)를 주고 데려온 샘 스미스는 이날 멀티골을 뽑아냈다. 특히 2021년 모셔온 선덜랜드 사령탑 출신 ‘승격 전도사’ 필 파키슨 감독이 리더십을 발휘했다.


레이놀즈와 매커헤니 구단주는 “우린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직업이다. 그저 이 놀라운 축구팀을 보러 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할리우드 스타 두 구단주는 팀이 패하면 라커룸의 선수들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힘을 실어줬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그라운드로 몰려나온 렉섬 팬들. [AP=연합뉴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그라운드로 몰려나온 렉섬 팬들. [AP=연합뉴스]



렉섬은 ‘1부’ 프리미어리그(EPL)까지 한걸음 더 다가섰고, 이젠 단 한 번의 승격만 남겨뒀다. 영국 언론 뿐만 아니라 미국 매체 폭스스포츠는 “백 투 백 투 백! 기록적인 승격으로 할리우드 스타들이 프리미어리그 꿈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레이놀즈 구단주는 “우리의 목표는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는 것이다. (2021년 2월 구단을 인수했을 당시) 불가능한 꿈처럼 보였지만, 스토리텔러라면 역사를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렉섬은 레스터시티 공격수 제이미 바디 영입에 나서는 등 벌써부터 프리미어리그 승격 준비에 들어갔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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