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의 갈등 점차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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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당국을 피해 불법 체류자를 도피시켰다는 혐의로 25일 체포된 한나 듀간 위스콘신주 판사./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25일 이민 당국을 따돌리고 불법 체류자의 도피를 도왔다는 이유로 현직 판사를 체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민자 단속 및 추방 문제와 공공기관 폐쇄 문제 등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갈등이 한층 격화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시 파텔 FBI 국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위스콘신주(州) 밀워키 카운티의 해나 듀건 판사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듀건 판사는 지난 18일 불법 체류자 에두아르도 플로레스-루이스의 경범죄 사건을 담당했다. 그런데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단속국(DEA), FBI는 이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법원에 왔다. 법원 복도에서 요원들을 본 듀건 판사는 화난 표정으로 “터무니없는 짓”이라며 “법원장에게 가보라”고 했다. 법정으로 돌아온 듀건 판사는 플로레스-루이스와 그의 변호사에게 따라오라고 한 뒤 법정 뒷문(배심원 출입문)을 통해 법원을 빠져나가게 도왔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연방 요원들은 추격에 나섰고 도망가는 플로레스-루이스를 체포했다. 파텔 국장은 “듀건 판사는 체포를 방해하기 위해 불법 체류자를 은닉했다”며 “보안요원, 배심원, 법원 직원 및 구금 중인 피고인만 출입하는 문을 이용에 빠져나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체포된 듀건 판사는 밀워키 연방법원에 출석한 뒤 풀려났다. 다음 달 15일 다시 법원에 출석하게 된다. 그의 변호인 크레이그 마스탄투오노는 “듀건 판사는 연방 정부가 자신을 체포한 일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FBI가 주장하는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
현직 판사 체포는 트럼프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일어났다. 정부는 반(反)이스라엘 시위를 벌인 학생이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있지만 법원이 연이어 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불법 이민자 추방을 막은 연방 법원 판사에 대해 “좌파 미치광이이자 골칫덩어리”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탄핵을 주장했고,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이 “지난 200년 이상 (법관) 탄핵은 사법부 결정을 둘러싼 이견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됐다”는 성명을 내며 맞섰다. 민주당 상원의원 태미 볼드윈(위스콘신)은 이날 “우리는 왕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매사추세츠주에서 한 판사는 이민 단속 요원을 피해 피고인을 법원 후문으로 나가게 했다가 기소됐지만 후에 형사 기소는 취하되고 징계를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은 트럼프의 광범위한 이민 단속 정책을 둘러싼 행정부와 사법부 사이 충돌을 더욱 고조시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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