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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도 이렇게 할 수 있다’ 보여준 安·李 AI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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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안철수 경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판교역 광장에서 AI(인공지능)와 반도체를 주제로 토론했다. 두 후보는 2016년 총선 때 맞대결을 시작으로 정치적으로 자주 충돌했다. 그러나 과학과 정보기술(IT)을 공부하거나 관련 사업을 했던 ‘이공계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AI와 반도체 토론에 합의했다. 과학·기술 전문성을 내세워 다른 대선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선거 전략도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만을 놓고 대선 후보들이 집중 토론을 한 것은 우리 정치 풍토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정치 공학이 아닌, 진짜 공학으로 정치 토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줬다. AI 기업 대표가 사회를 맡았고, 판교의 IT 개발자들도 질문에 참여했다. 지지자들과 개발자 100여명이 토론을 지켜봤다.

AI가 국가 경쟁력의 척도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패권 지형도를 재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AI 경쟁력이 6~7위쯤 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압도적인 경쟁력 때문에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 있다. 차기 정부의 핵심과제가 AI다.

AI가 중요하다고 하니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AI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100조원 투자와 무상 AI’ 공약이 나오자 다른 후보가 200조원 투자를 공언했다. 구체적 실행 전략 없는 수십, 수백조 투자 규모만 앞세웠다. 무상, 반값 시리즈 남발을 연상시킨다. AI 시대 당면 과제가 무엇이고 우리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인력을 양성하고 반도체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구체적 전략은 듣기 힘들었다. 대선 후보들의 지식 자체가 부족할 수도 있고, 관심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

토론에서 두 사람은 “AI에 필요한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우리나라에 3000개쯤 있는데 미국 기업 메타에만 35만개 있다. 성능 차이가 엄청난데 이 한계를 소프트웨어가 극복해야 한다” “우리도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킬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고 했다. 데이터학습과 지적재산권 충돌, AI 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 학과의 과감한 통폐합과 구조 개혁도 언급됐다. “지금은 정권 교체냐, 재창출이냐보다 대한민국이 반등할 것인가 추락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는 정치적 이야기도 오갔다.

이 토론은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관심 있는 국민은 두 사람의 AI 반도체 토론을 시청하며 우리 과학기술과 산업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선거 토론이 비방, 모욕, 막말, 모략이 아닌 모두가 귀담아듣고 나라가 갈 길을 함께 생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는 것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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