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반탄 후보 선택 시 경쟁력 불능
찬탄 후보라야 최소한 이재명과 겨룰 자격
“국민 눈높이” 한동훈, '尹 청산' 주도해라
4강으로 압축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오는 29일 결선에 오를 2명으로 좁혀진다. 1차 컷오프에서 나경원 의원 대신 안철수 의원이 막차를 탄 걸 보면, “탄핵반대”가 뚜렷했던 보수지지층이 전략적 판단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보수 빅텐트론’에도 4명 모두가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권을 내줄 순 없고, ‘탄핵의 강’도 넘어야하는 난파선에서 몸부림이 가시화되는 중이다. 내용이 뭐가 되든 누가 먼저 결단의 승부수로 경선판의 이니셔티브를 쥐느냐에 따라 국면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한덕수가 출마한다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참고하게 될 것이다. 상대측이 원하는 여론조사를 전격 받아들인 노무현과 비슷한 일이 보수진영에서 벌어질지 관심이다.
그것보다 지금 국민의힘 지지층이 할 일은 미몽에서 깨어나 ‘현타’(현실자각타임)를 처절히 실감하는 것이다. 불법 계엄 옹호, 탄핵반대 후보부터 거르는 게 상책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12·3 계엄의 밤, 가장 먼저 입장문을 내 “위법, 위헌적 계엄을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계엄쿠데타는 이때 성패가 갈렸다. 군인, 경찰, 검찰, 관료 공무원까지 관권세력 개개인은 “계엄이 실패할 수도 있겠다”, “여당 대표가 저러면 내분이 벌어지겠구나”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순간 계엄은 동력을 상실했다.
탄핵 찬성그룹에서 최종 후보가 나와야 민주당과 정상적인 본선이 성사된다고 본다. 국민 일반대중이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난 한 표를 낭비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익을 배경으로 국민기본권을 침탈하려 한 계엄을 좌초시켜 국민을 지킨 쪽이 누구인가. 이걸 기준으로 본다면, 계엄옹호쪽이 후보가 돼 링에 오르는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
찬탄 후보라야 최소한 이재명과 겨룰 자격
“국민 눈높이” 한동훈, '尹 청산' 주도해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작년 12월 3일 당시 서울역에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4강으로 압축된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이 오는 29일 결선에 오를 2명으로 좁혀진다. 1차 컷오프에서 나경원 의원 대신 안철수 의원이 막차를 탄 걸 보면, “탄핵반대”가 뚜렷했던 보수지지층이 전략적 판단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보수 빅텐트론’에도 4명 모두가 긍정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정권을 내줄 순 없고, ‘탄핵의 강’도 넘어야하는 난파선에서 몸부림이 가시화되는 중이다. 내용이 뭐가 되든 누가 먼저 결단의 승부수로 경선판의 이니셔티브를 쥐느냐에 따라 국면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한덕수가 출마한다면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를 참고하게 될 것이다. 상대측이 원하는 여론조사를 전격 받아들인 노무현과 비슷한 일이 보수진영에서 벌어질지 관심이다.
그것보다 지금 국민의힘 지지층이 할 일은 미몽에서 깨어나 ‘현타’(현실자각타임)를 처절히 실감하는 것이다. 불법 계엄 옹호, 탄핵반대 후보부터 거르는 게 상책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12·3 계엄의 밤, 가장 먼저 입장문을 내 “위법, 위헌적 계엄을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계엄쿠데타는 이때 성패가 갈렸다. 군인, 경찰, 검찰, 관료 공무원까지 관권세력 개개인은 “계엄이 실패할 수도 있겠다”, “여당 대표가 저러면 내분이 벌어지겠구나”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순간 계엄은 동력을 상실했다.
탄핵 찬성그룹에서 최종 후보가 나와야 민주당과 정상적인 본선이 성사된다고 본다. 국민 일반대중이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난 한 표를 낭비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익을 배경으로 국민기본권을 침탈하려 한 계엄을 좌초시켜 국민을 지킨 쪽이 누구인가. 이걸 기준으로 본다면, 계엄옹호쪽이 후보가 돼 링에 오르는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
이재명 전 대표는 긴박한 와중에 일사불란하게 민주당을 지휘하며 윤석열 탄핵안을 열흘 만에 가결시켰다. 계엄해제요구안을 침착하게 통과시킨 우원식 국회의장도 내심 대선출마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본인도 지분이 있다고 주장할 만하다. 제3지대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계엄반대, 탄핵찬성 입장이 뚜렷하다.
지난해 12월 3일 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통과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영권 기자 |
작년 12월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심각하게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뉴스1 |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을 30년 퇴보시킬 뻔한 친위쿠데타를 철저히 평가하고 단죄해, 그 정당성을 기반으로 미래로 향할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 이 전제가 뚜렷해야 과거청산이냐, 국민통합이냐를 논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본다. 이재명은 중도확장, 동진정책에 성과를 내며 앞서가고 있다. 민주당의 자충수가 아닌 경우, 대선 변수는 국민의힘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찬탄파’ 후보 2명 중 한동훈은 윤 정권 황태자로서 검찰공화국을 만든 장본인이란 비판을 극복해야 한다. 이 대목이 부각되면 어려울 것이다. 윤 정권 비판을 마다하지 않는 안철수는 그 진의를 뒷받침할 리더십에 대해 어떤 믿음을 줄지 부지런히 가야 한다. 대선정국 전체판을 흔들 반전포인트가 한 번은 생길 것이다. 대략 투표일 한 달 전(D-30일)쯤 상황이 실제 결과까지 간다는 개인적 경험치가 남아있다. 향후 2주 내 움직임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힘 찬탄파 중 한동훈의 경우 이재명과 총선 승부에서 보기 좋게 패했다. 다만 대중이 그에게 반응했던 순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민 눈높이”를 거론해 김건희 문제를 공론화시킨 때다. 지금 김건희 문제를 적시에 끄집어내라. 나아가 극우로 치닫는 보수정당의 쇄신, ‘도로윤석열당’에서 벗어나 계엄청산 로드맵을 내놓고 주도한다면 본선 승부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지금보다 평평해진 운동장에서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최종 후보를 국민이 혹독하게 검증할 조건부터 갖추는 게 예의다.
박석원 정치국제부문장 spark@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