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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은 재수사하면서 ‘명품백’은 왜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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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건희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은 재수사하면서 ‘명품백’은 왜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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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씨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사저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씨가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사저로 복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고검이 25일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수사 결정을 발표하면서, ‘명품백’ 사건은 항고를 기각했다. 명품백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 당선 전에 있었던 주가조작 사건보다 정치적 책임은 더 크다. 두 사건 모두 재수사하는 게 정도인데도 검찰은 끝까지 꼼수를 택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8월 김씨에게 무혐의 결론을 내릴 때 여러 범죄 혐의 가운데 가장 봐주기 쉬운 청탁금지법을 적용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배우자 신고 의무가 있는 윤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기소할 수 있는데도 ‘대통령 직무와 관련 없다’는 이유로 역시 무혐의 처분했다. 김씨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통일티브이 송출 재개 등을 청탁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또 김씨가 정부 인사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통화를 하고, 선물을 전달하려는 사람들도 여럿 봤다고 했다. 친척 관계도 아닌데 수백만원짜리 명품백을 아무 대가도 없이 건넨다는 건 상식에 맞지 않는다. 김씨에게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야 했지만, 대표적 친윤 검사인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출장 조사’를 강행한 끝에 무혐의를 결정했다. 휴대전화 압수수색과 계좌 추적이 필수적인데도 검찰은 시도조차 안 했다.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정황은 이미 차고 넘친다. ‘2차 주포’ 김아무개씨는 김씨가 권오수 전 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과 함께 “비피(BP·블랙펄) 패밀리”에 속한다고 검찰에서 진술했고, 공범에게 보낸 편지에선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잡혀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라고 했다. 이미 김씨가 공범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런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도 김씨에 대한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다.



주가조작 사건은 서울고검이 직접 재수사한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의 혐의뿐 아니라, 김씨를 봐준 이 검사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의 부실 수사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 이 검사장 등은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탄핵 소추됐지만,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헌재는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피시(PC)의 기록 등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하였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고 했다. 이런 의문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하면, 검찰은 차기 정권에서 해체 수준의 철퇴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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