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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카카오 주식 전량 매각…'전략적 이별'(종합)

아시아경제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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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비법조인 대법관, 섣불러…제 입장 아냐"
4133억원어치 지분 모두 팔아
SK브로드밴드 지분 매입 자금 충당
2019년 전략적 협력 제휴 이후 6년만
"협력 느슨해질 것" 관측…양사는 부인
SK텔레콤이 25일 자사가 가지고 있던 4133억원 규모의 카카오 지분을 모두 시장에 팔았다.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선 총 1조1459억원의 자금이 필요한데 카카오 지분 매각으로 일부 충당하는 것이다.

SKT는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인수하면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관련 미래 성장 투자를 가속할 방침이다. SKT와 카카오는 2019년 전략적 제휴를 통해 상호 지분을 교환했는데, 이번 지분 매각으로 양 사 협력도 다소 느슨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T는 이날 자사가 보유한 4133억원 규모의 카카오 지분 전량(2.44%)을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주식 수는 1081만8510주다.
SK브로드밴드 지분 99% 이상 확보…AI 사업 시너지
SKT가 카카오 주식을 전부 매각한 건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다음 달 14일까지 태광산업(16.8%)과 미래에셋그룹(8%)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 취득을 완료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2020년 티브로드와 합병하면서 5년 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태광산업과 미래에셋그룹으로부터 40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 IPO 계획을 철회하면서 SKT가 지분을 다시 가져오게 됐다. 이를 위해선 1조1459억원 규모의 자금이 소요된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SKT는 SK브로드밴드 지분의 99.14%를 갖게 된다. 향후 SKT와 SK브로드밴드는 데이터센터·해저케이블 등 성장 잠재력이 있는 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SKT가 카카오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향후 양 사 협력관계에도 관심이 쏠린다. SKT와 카카오는 2019년 10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다. 파트너십을 통해 양 사는 통신과 커머스, 디지털 콘텐츠, 미래 ICT의 4가지 축에서 협력한다는 입장이었다.

양 사는 콘텐츠와 ICT 분야에서 주로 협력했다. SKT가 운영하는 구독 플랫폼 'T우주'에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웹툰, 카카오T의 제휴 상품이 입점했고 SKT는 카카오클라우드에 클라우드관리서비스제공자(MSP)로 참여하고 있다. 2021년 양 사는 공동 출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를 통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상 경쟁관계…표면적으론 협력 유지
하지만 실질적인 사업 분야에서 경쟁 관계인 만큼 시너지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T 관계사 티맵모빌리티와 카카오모빌리티가 맞붙는 모빌리티(지도, 내비게이션) 분야가 대표적이다. 커머스 분야에서도 11번가와 카카오톡 선물하기·톡딜 등이 경쟁 관계다. AI 분야에서도 SKT가 멀티 거대언어모델(LLM)을 지원하는 AI 에이전트 '에이닷'에 힘을 싣고 있고 카카오 역시 올해 상반기 AI 서비스 '카나나'의 베타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AI 사업 고도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연합뉴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AI 사업 고도화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연합뉴스


지분 매각 이후 협력관계에 대해 SKT 관계자는 "카카오와 클라우드 사업 협력, 공동펀드 운영 등을 진행하는 등 긴밀한 협력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도 현재 보유 중인 SKT 지분을 당분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현재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SKT와 SK스퀘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SKT와의 협력관계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대량 처분 결정이 카카오 주가에 다소 영향을 미쳤다. 이날 오전 9시께 카카오는 전일 대비 5.07%(2000원) 내린 3만7450원에 거래됐다.

SKT가 SK브로드밴드를 완전 자회사로 두게 된다면 AI 사업의 추진 속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SKT는 AI 필수 인프라이자 주력 사업 중 하나인 AI 데이터센터(AIDC)를 SK브로드밴드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전신인 하나로통신 시절부터 데이터센터 사업을 영위해왔고 서울 가산 등지에서 대형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SKT와 울산 미포 국가산업단지의 부지를 구매했다. 이곳에는 100㎿(메가와트)급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최첨단 AI 기술 도입과 투자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SKT가 구상하고, 데이터센터 건물을 짓기 위한 부지 매입, 건설, 유지·관리 등은 SK브로드밴드가 맡는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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