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는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영화는 책 한 권 분량의 원작 소설을 2시간 12분의 러닝타임에 담아내며 비교적 속도감있게 연출했다. 원작 팬 입장에서는 잘려나간 '이것저것'이 모두 중요한 대사와 장면이겠지만 영화적 밸런스를 고려해 중요한 대사는 살리고, 상상으로 채울 수 있는 디테일들은 과감하게 건너 뛰었다. 이 과정에서 최소한의 전개만 남겨뒀기에 초반 전사와 과거와 현재의 조각을 잇기 위한 교차편집, 조각의 상상을 교차 편집한 장면들은 다소 매끄럽지 못한 지점도 있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설정 영화의 매끄러운 전개를 위해 미묘하게 각색된 부분들이 있다. 원작 소설의 강선생(연우진)은 일반 의사였으나, 반려견 무용과 에피소드를 강화하며 수의사로 바뀌었다. 스승인 류(김무열)와 어린 조각(신시아)의 관계는 보다 담백해졌고, 투우와 조각의 감정선은 더 짙어졌다. 원작에서는 다소 건조한 텐션에 생략된 서사가 많았으나, 영화에서는 더 밀도 높은 서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며 드라마를 강조했다. 덕분에 영화적 재미도 커졌고 두 사람의 관계를 곱씹을 수 있는 여운 가득한 엔딩이 탄생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60대 노인 킬러를 연기한 이혜영의 액션이다. 손이 떨리고 힘이 빠지는 쇠약함을 보여주면서도 녹슬지 않은 전설다운 꼿꼿함을 겸비했다. 특히 킬러 조각의 몸놀림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지도 않으면서 날렵하고 절도있는 동작으로 서늘함을 더한다. 처절하다 싶은 거친 몸싸움 역시 현실적으로 힘에서는 밀리지만, 지형지물을 노련하게 이용해 본능적인 반사신경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벗어나는 노련한 킬러의 모습을 잘 드러냈다.
김성철은 쏟아져 들어오는 날 것의 기세가 가득한 투우의 모습으로 이혜영과 멋진 케미스트리를 이뤘다. 거친 에너지와 섬세한 감정선을 동시에 뿜어내며 투우의 비밀을 품고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만드는 역할을 해냈다.
또한 연우진과 신시아, 짧고 강렬하게 등장한 故박지아 등 모든 인물들이 매끄러운 열연을 보여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원작의 텐션을 매력적으로 재현한 김무열의 류다. 나른한 듯 단단하고 처연한 톤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조각의 전사를 더욱 몰입도 높게 이끌었다.
특히 액션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파과'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오래되어 무르고 흠집이 나거나 일부가 상했지만 당도는 뛰어난 '파과'는 극 중 늙고 병들어가는 킬러 조각에 빗대어 표현된다. 조금 무뎌진 칼을 들고 "아직 쓸만한데?"라고 말하는 조각의 날이 선 경고가 뇌리에 남는다. 조각의 인생을 함께하며 세월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이 겪어온 상실의 아픔과 지켜야 할 것들이 있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해줄 작품이다.
오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2분.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