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1970년 62.3세에서 2023년 83.5세까지 늘어
은퇴연령에 비해 기대여명 빠르게 증가하면서 저축 위해 소비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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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이 높은 국가/그래픽=윤선정 |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꼽힌다. 65세 노인 인구는 지난해 말 1000만명을 넘었다. 노인 인구 비율도 비슷한 시기 20%를 넘겨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비율은 2050년에 4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단순히 노인 숫자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노인들의 기대수명도 빨리 증가했다. 은퇴 후 소득 공백에 시달리는 노인들은 노후를 걱정해야 한다. 씀씀이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이유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늘어나는 노인, 지갑을 닫는 노인들은 국가적인 소비 침체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대수명은 83.5세로 전년대비 0.8세 증가했다. 기대수명은 해당 연도 출생아의 기대수명을 의미한다. 남자와 여자의 기대수명은 각각 80.6세, 86.4세다. 남자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긴 건 2023년이 처음이다. 아직 2024년 공식 통계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빠르게 증가했다. 1970년만 하더라도 한국의 기대수명은 62.3세에 그쳤다. 통계청이 23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당시 한국의 기대수명은 119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이후 영유아 사망률의 하락, 의료기술의 발전 등의 영향으로 기대수명은 빠르게 늘었다.
실제로 2000년 한국의 기대수명은 76.0세로 전 세계 51위를 기록했다. 2009년(80.0세)에는 처음으로 기대수명이 80세를 넘기며 '장수 국가'의 반열에 올랐다. 2022년 기준 기대수명은 82.7세로 전 세계 16위다. 대표적인 장수 국가인 일본(84.1세)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기준으로 한국의 기대수명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난다. 다만 증가폭은 과거 수준보다 완만할 전망이다. 2028년에 처음 85세를 넘고,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2062년에 90세를 돌파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인구 요인이 소비성향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은 이 같은 기대수명의 변화에 주목한 보고서다. 경제성장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민간소비 증가세의 원인을 찾기 위한 시도인데, KDI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평균소비성향 하락분 3.6%p(포인트) 중 3.1%p가 기대수명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은퇴 연령에 비해 기대여명이 빠르게 증가하면,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 저축에 방점을 찍고 소비는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대수명이 과거보다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소비성향이 점차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당장은 소비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게 현재의 인구구조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기대수명 증가에 대응해 은퇴 시점이 적절하게 조정될 수 있도록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정년연장 등 계속고용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12·3 계엄으로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면서 논의에 속도가 나고 있지 않지만 계속고용 문제는 새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로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근 경사노위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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