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 22일 기자간담회
남성호르몬 치료 시기 등 근거 기반 지침 발표
남성이 나이 들어 '약골'이 되는 이유 중 하나로 남성호르몬 감소가 꼽힌다. 여성만 갱년기를 겪는 게 아니라 '남성 갱년기'도 존재한다. 30대 중반부터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신체·정신적으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울증이 생기거나 반대로 화를 잘 내는가 하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조금만 일 해도 쉽게 지친다. 체중과 근육량·근력 감소로 활력이 줄고 피로감을 자주 호소하기도 한다. 성(性)생활에 지장을 받아 부부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남성도 갱년기 증상으로 생활이 불편하고 실제 남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졌다면 이를 보충하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고환이나 뇌에 문제가 없는데도 비만과 고혈압·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으로 인해 남성 갱년기가 일찍, 강하게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언제, 누가 치료를 시작해야 할지 등 '진료 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계를 중심으로 대두된 배경이다.
이에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구 대한남성갱년기학회)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을 중심으로 한 최신 연구 결과에 기초한 '남성 성선기능저하증'(남성 갱년기 증후군)에 대한 최신 진료 지침(성명서)을 발표했다. 그동안 진행된 대규모 연구와 미국·유럽의 진료 지침을 반영해 치료 기준과 안전성, 부작용 등을 총망라했다. 2007년 관련 지침이 제시된 지 18년 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안순태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 간행이사(고대구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테스토스테론 치료에 대한 근거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
우선, 학회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데이터 등을 기초로 △총 테스토스테론 수치 2.6ng/㎖를 진단 기준으로 고려하고 △3.5ng/㎖ 이하일 경우 증상 유무에 따라 치료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6ng/㎖는 20~39세 건강한 남성의 하위 2.5%에 해당하는 수치고 3.5ng/㎖는 실제 남성호르몬 보충 치료를 할 때 성 기능 저하 등 임상 증상이 개선될 수 있는 수치다. 여기에 경계선에 있는 남성 갱년기 환자는 LH, SHBG 등 추가 검사를 진행하자는 게 학회의 제안이다. 치료에 따른 목표 수치는 4.2~6.3ng/㎖다.
김광민 학회장(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선천적으로 남성호르몬을 생성 못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단 기준을 발표하면 전자가 맞는 숫자일 수 있지만, 치료를 통한 남성 갱년기 증상 개선이 목표라면 너무 낮은 측면이 있다"며 "환자가 치료를 통해 도움받을 기회를 박탈할 수 있는 만큼 개별화된 접근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진료 지침에서는 고환 등 신체적 문제로 인한 전형적/기질적 남성갱년기가 아닌 건강 상태에 좌우되는 '기능적 남성갱년기'를 치료 범주에 포함했다. 단순히 식단을 조절해 살을 빼고, 운동하라는 생활 습관 개선에서 나아가 남성 호르몬 낮다면 이를 보충하는 치료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나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뉴시스광주전남본부·엠디에스앤씨 주최, 나주마라톤동호회가 주관하는 '제11회 나주영산강마라톤대회'가 열린 6일 오전 전남 나주종합스포츠파크에서 마라톤 5㎞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2025.04.06. leeyj2578@newsis.com /사진= |
김영상 총무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중을 줄이면 남성호르몬이 충분히 오르고 갱년기 증상이 완화하는 것은 맞지만 실천율이 낮고, 삭센다·위고비와 같은 비만 치료를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의 치료라고 볼 수는 없다"며 "생활 습관을 관리하면서 남성 호르몬을 투여할 때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료 지침 발표가)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남성호르몬이 남성 건강의 '묘약'으로 인식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학회에 따르면 해외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T-TRIAL, T4DM, TRAVERSE 등)를 종합한 결과 테스토스테론은 성욕이나 성생활 만족도를 유의미하게 개선한다. 발기기능도 일부 개선하지만 단독 치료는 권장하지 않는다. 치료군과 위약군에 모두 발기 기능이 개선됐지만 두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비아그라나 시알리스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에 비해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서다.
골다공증의 경우, 남성호르몬 치료로 골밀도가 증가할 가능성은 있지만 골절 예방은 불확실하다는 내용이 이번 지침에 담겼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 대사성 질환에서 효과도 아직은 분분하다고 한다. 안전성 측면에서 남성호르몬 치료는 주요 심혈관계 합병증, 전립선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립선비대증은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부족해 치료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광민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 회장(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사진=박정렬 기자 |
학회는 이번 진료 지침이 남성호르몬의 오남용을 예방하고 치료 이해도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현준 학술이사(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이 9인 사람이 6보다 1.5배 더 건강하다 볼 수 없다. 개인에 맞게 일생동안 적절한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며 "너무 높으면 오히려 불임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을 유발하는 독(毒)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순태 간행이사(고대구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국내 진료 기준 정립을 통해 의료진의 임상적 혼란을 해소하고 환자에게는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국내 다기관 연구로 기준을 정교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