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디시(D.C.)에서 열리는 ’한미 2+2 통상 협의’에 참석차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는 24일 밤 9시부터 미국 워싱턴디시(D.C.)에서 한미 재무장관과 통상장관이 동시에 참여하는 ‘한-미 2+2 통상 협의’가 개최된다. 우리 정부는 ‘협상’이 아니라 ‘협의’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상 본격적인 관세 협상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자칫 미국의 속도전에 휘말려 국익을 해치는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협상단은 신중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관세전쟁에 대한 중국의 강경 대응, 주식·채권시장 불안, 경기침체 우려, 지지율 하락, 거세지는 반정부 시위 등 대내외 악재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우선 협상 대상으로 꼽은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동맹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내는 게 시급할 것이다. 이번 한-미 협의도 미국 쪽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미-일 간의 장관급 관세 협상에 ‘깜짝 등장’해 주일미군 주둔 비용 증액 등을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이런 변칙적 행태를 보이지 말란 법이 없다. 협상단은 있을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대미 수출액이 14.3%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벌써 수출이 위축된 것이다. 현재 철강·자동차 제품에는 25%의 관세가, 그 외 제품에는 기본관세 10%가 적용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대미 협상을 통해 철강·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와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 25%를 최대한 인하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급해도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손해가 되는 협상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특히 트럼피즘이 최근 거센 역풍을 맞으면서 관세 정책 역시 어디로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시적 성과가 급한 미국 쪽이 밀어붙여도 이에 흔들리지 말고 협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등은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원스톱 쇼핑’ 운운하는 전략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율 인하 협상이 아니라 “트럼프 정부와 우리 새 정부의 4년간 경제 및 안보 협력의 큰 그림을 그리는 협상”(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라고도 볼 수 있다.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서둘러 결론을 낼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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