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열린 \'202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20주년\' 기자회견에서 여국화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노동·사회단체가 꼽은 올해의 ‘최악의 살인기업’에 이주·하청노동자 등 23명이 화재로 숨진 아리셀이 선정됐다. 시민들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으로는 학교 급식노동자의 폐암 등 산업재해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시·도 교육청이 꼽혔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등이 참여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캠페인단)은 2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결과를 발표했다. 최악의 살인기업은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바탕으로 선정된다.
최악의 살인기업 1위로 꼽힌 아리셀에서는 지난해 6월24일 경기 화성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참사로 23명이 숨졌다. 아리셀은 배터리 제조공정에 일용직 형태로 이주노동자를 파견 받아 사용해왔다. 이들은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화재 사고 당시 비상구도 찾지 못하고 숨진 바 있다. 숨진 이들 가운데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캠페인단은 “기업이 불법파견으로 노동자를 고용하여 사업을 운영했을 때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위험과 악영향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는 지난해 9월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지난 2월 재판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회원들이 2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2025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20주년’ 기자회견에서 역대 최악의 살인기업 최다 1위·최다 노미네이트 기업을 발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리셀 참사 유가족인 여국화씨는 “아리셀 화재참사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며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해 산재사고로 사망한 589명 가운데 92명이 이주노동자였다는 점을 들어 “사업장변경·계약연장·노동조건 등에 대한 모든 권한이 사업주에게만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이 위험해도 일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이주노동자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리셀 다음으로는 노동자 7명이 숨진 한국전력공사와 대우건설이 선정됐다. 한국전력공사에서 숨진 노동자 7명 가운데 6명이 하청노동자였다. 고소 작업과정에서 감전되거나(3건), 떨어지고(2명), 물체에 맞고, 전신주에 깔려(각 1명)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 말까지 11명이 숨져,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우건설도 하청노동자 7명이 숨져 공동 2위에 위치했고, 지에스(GS)건설은 4명이 숨져 4위를 기록했다.
또 시민 6755명을 대상으로 14∼20일 실시한 ‘시민이 뽑은 최악의 살인기업’ 설문조사에서는 40.1%를 득표한 시·도 교육청이 1위에 꼽혔다. 시·도 교육청은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리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폐암 등 산재를 발생시킨 것이 선정사유가 됐다. 다음으로는 로켓배송에 따라 발생하는 야간·과로노동 지적을 받아온 쿠팡(25.9%), 백혈병 등 직업성 질병이 발생했던 삼성전자(7.6%) 등이었다.
캠페인단은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 20년을 맞아, 역대 최다 선정 기업도 함께 발표했다. 최다 1위는 2007·2012·2015·2022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현대건설이었다. 2위는 3번 선정된 대우건설, 공동 3위는 각각 2번씩 선정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과 지에스건설, 현대제철로 나타났다. 상위권에 위치한 기업 대부분이 건설사라는 점에서 “위험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근본적인 구조인 다단계 하도급 문제 등을 개선하고 안전체계를 정비해야 노동자의 죽음을 멈출 수 있다”고 캠페인단은 짚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퇴근하지 못하는 사회는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우리는 반복해서 확인하고 있다. 매일 일하는 일터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절박한 곳이 돼서는 안된다”며 “누구도 다치지 않고 지은 아파트가 중요한 브랜드가 되고,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고 만든 상품이 구매의 기준이 되는 날을 그려본다”고 말했다. 캠페인단은 기자회견문에서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겨울의 광장을 봄으로 변화시켜왔다”며 “광장의 시민돠 함께 노동자의 죽음이 당연하지 않은 오늘을 위해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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