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후 우크라이나 휴전협상 일지/그래픽=김다나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30시간의 '부활절 휴전'을 깜짝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종전협상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경고한 지 하루만으로, 휴전 의지를 드러내 미국의 변심을 막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휴전 선언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며 부활절 이후에도 휴전을 지속하자고 역제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TV로 중계된 발레리 게라시모프 육군 참모총장과의 회동에서 러시아군에 19일 오후 6시부터 20일 자정(모스크바 기준)까지 30시간 동안 적대행위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본보기를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휴전 동참을 촉구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SNS(소셜미디어) X 게시글에서 "러시아는 여러 최전선 지역에서 공격 작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포격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았다"며 "모스크바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의 완전한 휴전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우크라이나는 4월20일 부활절 이후로 휴전을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30시간이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진정한 신뢰 구축의 조치를 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며 "30일이라는 시간은 평화를 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중재안으로 제시했던 30일 휴전안을 언급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휴전 선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의 진전이 없으면 중재를 멈출 것이라 경고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빨리 (협상을) 끝내고 싶다"면서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두 나라 중 누군가 그걸 어렵게 만든다면 '당신들은 바보야, 끔찍한 사람들이야'라고 하고 그냥 물러나려 한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유럽 관리들과 만난 뒤 뒤 평화 협상의 진전이 없으면 중재 역할에서 "손을 뗄 수 있다"고 말했고,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제 세계는 러시아가 정말로 (정전에) 진지한지 지켜보고 있다"고 압박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30시간 휴전 선언으로 신속하게 반응한 건 트럼프 대통령을 붙잡아 놓으려는 시도라고 풀이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휴전 노력에도 제재 완화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 등 각종 조건을 달아 휴전 이행을 꺼려왔지만, 미국이 중재를 포기해버리면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려는 노력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 연구원은 "아주 짧은 휴전이라면 푸틴에겐 위험도 없고 진심으로 평화를 원하는 지도자란 인상을 심어주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취임 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으나 러시아의 시간 끌기에 휘말려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 4월30일 안에 우크라이나 휴전을 성사하겠다는 의지를 접은 건 아니라고 전했다. 신속한 평화협상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침공해 강제 병합했으나 국제사회는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246명의 포로를 교환했다. 긴급한 의료 조치가 필요한 부상자 수십명의 교환도 이뤄졌다. 이번 포로 교환은 아랍에미리트(UAE)가 중재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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