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시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운율, 리듬, 음악성 같은 특징은 사실 산문에도 있다. (중략) 초보 작가는 하려는 말에 너무 정신이 팔려서 문장의 모양과 소리에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하곤 한다. 이들은 단어 안에 욱여넣은 의미에 골몰한다. 내용에 집착하느라 형식을 망각한다. 내용과 형식은 같다는 사실을, 문장이 무엇을 말하는가는 그것을 어떻게 말하는가와 다르지 않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곧잘 잊는다. <단어 옆에 서기>, 위고
영국의 사회문화사학자 조 모란은 “좋은 문장을 쓰는 일은 미적분을 푸는 일만큼이나 어렵다”고 말한다. “아무리 문장의 기본 구조를 안다 해도 독자를 움직이고 매혹시키며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단어를 배열하는 건 다른 문제다.” 그러니 글을 잘 쓰려면 장인의 기술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마치 일본의 초밥 장인이 몇년 동안 바닥 쓸기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첫 10년은 책읽기만 허용하고 그 후에야 쓰기를 허용하는 식으로 글을 가르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제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좋아하는 문장을 찾고 그걸 고통스러우리만치 오래, 의미를 지나쳐서 그 형태가 눈에 들어올 때까지 들여다보라고. (중략) 문장을 만드는 감각을, 기대와 긴장의 포물선을, 균형 잡힌 표현을, 마침표의 작고 건강한 마무리 동작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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