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다음달 대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애초 예상보다도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서둘러 진행해 추락하는 경기를 조금이라도 떠받쳐야 한다.
한은은 17일 배포한 ‘경제 상황 평가’에서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전기 대비)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1분기 성장률을 기존 0.5%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는데, 2월 전망 이후에도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충격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성장세가 더 약화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로 3월 경제 심리가 다시 위축됐고, 여기에 대형 산불 같은 일시적 요인들까지 겹쳤다고 한다. 2분기 이후 전망 역시 부정적이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 등으로 내수 부진은 일부 완화되겠으나, 미국 관세정책이 예상보다 강도 높게 추진됨에 따라 국내 수출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다음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기존에 제시했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5%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악화한 경기 전망에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대내외 불확실성, 환율 변동성 등을 이유로 이날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와 성장 등을 봤을 때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정책 불확실성, 금융 안정, 자본 유출입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로 갑자기 어두운 터널에 들어온 느낌이라 이렇게 갑자기 어두워진 상황에서는 속도를 조정하면서 좀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있다”고도 말했다.
경기를 진작하는 두 축은 한은의 통화정책과 정부의 재정정책이다. 일단 한은이 금리 인하를 미루기로 결정한 만큼 재정정책의 시급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22일 12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현재 경기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12조원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최소 15조원 이상으로 증액할 필요가 있다. 규모만큼 중요한 것이 속도다. 국회는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음을 고려해 최대한 심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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