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이주환 인턴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당초 증원안 대신, 기존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을 열고, 내년도 의대 정원을 현재(2024학년도)와 같은 3058명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7일 정부가 밝힌 '전원 복귀 시 증원 전 수준으로 정원 확정' 조건을 사실상 완화한 것으로, 단 1년 만에 의대 정원이 증원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의대를 운영하는 총장님들과 학장님들께서 의대 교육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전, 2024학년도 입학정원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아 정부에 건의해주셨다"며 "정부는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 대학의 교육을 책임지고 계시는 총장님들과 학장님들의 의사를 존중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발표를 계기로 복귀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고, 추가적인 복귀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이제 아직 복귀하지 않은 학생 여러분께서 결단할 차례다. 학사일정과 입시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더 늦기 전에, 조속히 학업에 복귀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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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복귀했지만 수업 참여율은 25.9%... 조건 미충족에도 정원 동결
앞서 정부는 의대 정원 동결 조건으로 '전원 복귀 및 수업 정상화 수준의 참여'를 명시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40개 의대 전체 학년의 평균 수업 참여율은 25.9%에 그쳤고, 예과는 22%, 본과는 29%에 불과했다.
서울 주요 의대의 수업 참여율은 40% 수준으로 비교적 높았지만, 증원 대상이었던 지역 의대는 평균 22%로 낮았다. 전체 40개 의대 중 수업 참여율이 50% 이상인 학교는 단 4곳뿐이다.
교육부는 "현재 의대생 수업 참여가 당초 의총협과 의대협회가 3월에 제시한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의총협은 1년 이상 지속된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대교육의 어려움을 타개하고, 수업 복귀 및 의대교육 정상화를 반드시 실현하기 위해 2026학년도에 한해 각 대학이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2024학년도 입학정원으로 확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의총협 일각에선 전원 복귀가 지켜지지 않았으니 3천58명은 안 된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전날 열린 긴급회의에서는 수업 참여율 제고와 의대 교육 정상화를 촉진하기 위해 3,058명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총장들 "입시 불확실성 해소 필요"... 학사 유연화는 '없다'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의과대학 총장들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공식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의대 총장들은 전날인 16일 긴급회의를 열고, "현재 수업 참여율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입시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하다"며 정부에 정원 확정을 요청했다.
24·25학번의 계속된 수업 거부로 인한 유급으로 내년도 1학년에만 26학번을 포함한 3개 학번이 겹치면 무려 1만명이 넘는 학생이 동시에 수업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정부가 17일 내년도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천58명으로 되돌리기로 결단한 것도 일단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을 더 끌어올려 유급 규모를 최소화해야 '트리플링'이란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4·25·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게 되면, 특히 24·25학번 학생들은 원할 때 복귀하기 어렵고, 복귀하더라도 원하는 수준의 교육을 받기 힘들 수 있다"며 "이는 협박이 아니라 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학생들이 조속히 복귀한다면 트리플링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복귀가 늦어질 경우 교육 여건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모집인원 3천58명 동결'이 수업 참여를 망설이던 다수 학생을 강의실로 이끌면서 트리플링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오봉 의총협 공동회장(전북대 총장) 역시 "4월 말 안에 많은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트리플링'은 걱정할 것이 없다"며 "상담을 통해서 4월 안에 학생들 50% 이상 충분히 돌아올 것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도 복귀하지 않을 경우 학사 유연화 등 구제 조치는 없다고 재차 단언했다. 이 이사장은 "학사 유연화는 이번에는 절대 없고 원칙대로 운영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사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복지부 "결정 원칙 변경 유감"... 교육부 브리핑에도 불참
의대 모집인원 결정의 주무부처는 교육부지만,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양 부처 간 이견이 표면화됐다.
보건복지부는 교육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의대 학사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 여건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면서도 "3월 초 발표한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브리핑에도 복지부 관계자는 배석하지 않았으며, 이는 전례였던 지난달 발표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의료개혁을 강조해온 복지부로서는 사실상 원점 회귀한 정원 결정이 뼈아프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의료개혁은 여전히 필요"... 2027년 정원은 새 기준 따른다
이주호 부총리는 "국민께서 의료개혁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실 수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지역 격차 해소와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6학년도 정원은 현행 수준으로 유지되지만, 2027학년도 이후 정원은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에 따라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에서 산정하게 된다. 정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올해 한시적으로 모집인원을 조정하고, 향후 의료정책의 일관성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추계위에 참여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에서 정부가 밀리자 의료계가 대화 창구에 나설 필요성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이번 결정에 따라 각 대학은 이달 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며, 최종 모집인원은 5월경 대교협의 심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MHN 이주환 인턴기자(그래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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